아버지와 아들

by 고석근

아버지와 아들


자식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은 자기를 보존하기 위해 아버지가 필요한 기간뿐이다. - 장 J. 루소



큰 아이는 나를 닮고 작은 아이는 아내를 닮았다. 그래서 가족이 다 모이면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


큰 아이는 나를 닮아 내향적인 성격에 섬세하다. 나의 장단점을 모두 닮은 아이라 대하는 게 조심스럽다.


아내를 닮은 작은 아이는 외향적인 성격에 대인관계가 좋다. 나를 닮지 않았기에 대하기가 편하다.


모계사회에서는 아버지의 역할을 어머니의 남자 형제들이 담당했다. 모계사회에서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기에 아버지라는 존재는 없다.


아들은 아버지의 강한 그림자 속에 살아가지 않는다. 부계사회에서는 아버지가 모든 권력을 쥐었다.


아버지는 노후에 의탁할 아들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잘난 아들을 사랑한다.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애증은 한평생 지속된다.


어머니는 모든 자식을 똑같이 사랑하기에, 모계사회의 남자들은 항상 활달하다. 그들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MBTI 성격검사를 해보면 나와 아내는 완전히 정반대로 나온다. 나는 꿈을 찾아 성 밖을 떠도는 유형이고, 아내는 항상 성을 지키는 사람이란다.


정반대의 성격인 나와 아내는 서로 세상을 반대로 보기에,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면 우리는 아주 넓은 세상을 볼 수가 있다.


현대 교육의 아버지 루소는 말했다. “자식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은 자기를 보존하기 위해 아버지가 필요한 기간뿐이다.”


많은 부자간의 문제는 ‘강한 아버지’일 것이다. 강하게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 그런데 그 사랑 속에 가부장 문화가 강하게 배어있다면, 아들은 한 인간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게 되어있다. 연약한 아이는 무의식중에 아버지가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었다는 걸 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대항할 수도 없다. 불효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 이후에는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게 좋은 아버지일 것이다.


작년 여름방학 때 독일에서 미술 공부를 하는 큰 아이가 와서 친구처럼 몇 번 술을 마셨다


너무나 좋았다. 큰 아이의 가슴에 켜켜이 쌓였을 아버지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랐다.


나는 나와 닮은 큰 아이에게 무의식중에 나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장남’을 상속해 줬을 것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우리나라에서 회사에 다니는 작은 아이와는 한 달에 한 번씩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인문학 공부를 함께 하기로 했다.


이번 설에 만났을 때 작은 아이는 말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가나 모르겠어. 톱니바퀴처럼 사니까 그런 것 같아.”


이제 성인이 된 두 아이가 나와 친구가 되어 이 시대를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이 시대의 삶의 동행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박목월,《가정》부분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설프다는 것을 아는 아버지는 최소한 나쁜 아버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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