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by 고석근

죽음


전적인 삶을 산 사람은 죽음을 축하하며 반길 것이다. 그 죽음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마지막 도전으로 그에게 왔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은 그의 소설 ‘마의 산’에서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를 통해 우리에게 마법의 세계를 보여준다.


스물네 살의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는 사촌 요아힘을 문병할 목적으로 알프스의 고지대에 있는 다보스에 간다.


그의 사촌 요하임 침센은 폐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알프스 산속 다보스에 있는 베르그호프라는 결핵요양소에 입원해 있었다.


그는 자신도 결핵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요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그는 하루아침에 죽음과 맞대면하게 된다.


그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넓혀 나간다.


거기는 ‘진지한 삶이 지배하는 평지의 세계와는 아주 대조적인 곳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평지는 어떤 곳인가?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빠 정신이 하나도 없는 곳이다. 죽음은 보이지 않는다. 장례식장은 어둠 컴컴한 지하실에 있다.


그런데 왜 삶이 눈부시게 빛나야 할 평지의 세상에는 항상 음울한 빛만 감돌고 있을까?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는 말했다. “죽음이 없다면 이 세상이 온통 죽음으로 뒤 덥힐 것이다.”


그렇다. 삶과 죽음은 붙어 있다. 동전의 양면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말하는 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은 하나다.


죽음이 사라지면 삶도 함께 사라진다. 죽음을 추방한 우리의 삶에 죽음의 빛이 항상 감도는 이유다.


연일 사건사고가 나도 우리는 무심하지 않는가? 교통사망사고 표지판에 오늘도 몇 명이 죽었다는데,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지나간다.


열굴 표정은 다들 흡사 시체의 얼굴과 닮아 있지 않는가? 죽음의 본능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죽음과 가까이하게 된 한스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장례식에는 사람을 고양시켜주는 무엇인가가 있어. 나는 정신적으로 고양되려면 옛날부터 교회에 가지 말고 장례식에 가야 한다고 가끔 생각한 적이 있어. 장례식에선 다들 엄숙하고 경건해지지. 평소처럼 쓸데없는 농담을 하는 사람도 없어. 나는 사람들이 가끔 경건해지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해.’


죽음의 대한 인식의 모험을 계속하던 한스는 생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정신이 죽음에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

그는 드디어 생과 사의 비의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영혼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며, 그 영혼은 자신이 몰래 꿈꾸어 오던 대상에 관해 우리를 통해, 우리 나름대로 꿈꾸는 것이다.’


죽음이 깊으면 삶도 깊어진다. 잘 살면 잘 죽을 수 있다. 천지자연의 이치는 대극합일(對極合一)이다. 서로 반대로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는 하나인 것이다.


평지에 살 때는 몰랐던 삶과 죽음의 이치를 한스는 산 속에 있는 ‘죽음의 공간’에 가서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인류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병이 의사’라고 했다. 병을 앓으며 자신의 삶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뜻일 것이다.

생명체는 더 나은 자신을 향해 진화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당대에 진화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삶을 끝없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삶은 더 나은 나를 향해가는 치열한 모험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한평생 발명하고, 창조해 온 사람은 ‘죽음을 축하하며 반길 것이다. 그 죽음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마지막 도전으로 그에게 왔기 때문이다(니체).’



내 목소리는 가냘프지만 의지는 약하지 않네

〔......〕

나 이제 회색빛 재를 갈망하지 않으니

시계탑 문자판의 휘어진 바늘이

죽음의 화살로 보이지도 않네

과거는 마음을 지배하지 못하네

자유는 눈앞에 와 있으니

나는 모든 것 허락하네

햇살이 촉촉한 봄의 담쟁이덩굴을 따라

뛰어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 안나 아흐마토바, <내 목소리는> 부분



시인은 심하게 앓았나 보다. ‘내 목소리는 가냘프지만 의지는 약하지 않네’ 인간은 육체가 약해지면 영혼이 선명하게 깨어난다.


시인은 눈앞에 펼쳐진 생의 기운으로 가득한 세상을 본다. ‘자유는 눈앞에 와 있으니 나는 모든 것 허락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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