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見物生心)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으며 생각하는 머리가 어두우면 대낮에도 도깨비가 나타난다. - 채근담
견물생심, 어떤 물질을 보게 되면 마음이 생겨난다. 마음이 그 물질과 하나가 된다.
인간에게는 자아, 자의식이라는 게 있어 물질에 대한 욕심이 생겨난다. 그 물질을 갖고 싶어진다.
자아는 언제나 나 중심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자아는 자신(자신의 육체)밖에 모르기에, 물질에 대한 욕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원시사회는 이 탐욕을 억제하는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부자들은 잔치를 자주 열어 가난하게 되었다.
부자가 잔치를 자주 열지 않으면 부족에서 배척을 당했다. 인간사회에서 ‘왕따’는 가장 무서운 형벌이 아닌가?
서로를 훤히 아는 가족 같은 작은 사회에서 그 사회의 도덕은 절대적이었다. 지금처럼 사회 단위가 커지면 익명사회가 되어 도덕의 힘은 약화된다.
그리고 어떤 좋은 물질을 얻으면 조만간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했다. 물질도 각자 영혼이 있어 오래 갖고 있으면 저주를 받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시사회는 사랑 가득한 평등의 세상이었다. 인간은 이런 지상 낙원에서 수 만년 동안 살았다.
그러다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간에게 소유 관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유는 오랫동안 신의 것이었다.
근대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인간의 이성은 신을 죽였다. 이제 인간이 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신이 갖고 있던 물질을 이제 인간이 갖게 되었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가 소유에 대한 이론을 폈다. “내 몸은 내 것이다. 따라서 내 몸이 획득한 물질도 내 것이다. 단 부패할 때까지 소유해서는 안 된다.”
그 후 인간의 물욕은 정당화되고 합법화되었다.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썩지 않는 돈은 인간에게 끝없는 탐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럼 이런 물질지상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행복할까? 행복할 수가 없다. 인간은 육체를 가진 존재라 육체의
생존 욕구가 있지만, 동시에 육체를 넘어서는 자기 초월의 욕구가 있다.
인간에게는 언뜻 보면 육체만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은 이 육체도 기(氣), 에너지다.
인간의 에너지는 자신의 육체에 갇혀 있지 않다. 우주와 하나로 연결되어있다. 에너지의 차원에서 보면 인간은 우주와 하나다.
따라서 인간은 육체의 생존 욕구와 육체를 넘어서는 에너지의 자기 초월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한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 두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 육체의 생존의 욕구만 만족하면 삶이 허전해진다.
그렇다고 생존의 욕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존의 욕구를 삶의 중심에 놓기 때문이다.
생존의 욕구 달성 정도로 그 사람의 존재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물질의 정도가 그의 사회적 위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존의 욕구만 충족해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곧 사라질 육체란 얼마나 허망한가!
인간은 무의식중에 영원한 에너지의 세계를 갈망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물질로 생겨나는 마음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한번 마음에 비친 물질은 마음에 잔상을 남긴다. 이 잔상은 나중에는 바깥을 비추게 된다.
안과 밖이 서로를 비추며 하나로 어우러진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중중무진(重重無盡),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풍경이 된다.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파도치는 마음이 보이고 파도가 가라앉아 고요한 바다가 되는 크나큰 마음이 보인다.
이 마음을 항상 관찰하게 되면, 우리는 마음이 지어내는 온갖 허상에서 차츰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음에 드는 돌이 많아
두 손 가득
돌을 움켜쥐고 서 있으면,
아직 줍지 않은 돌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드는 돌을 줍기 위해
이미 마음에 든 돌을 다시 내려놓는다
줍고, 버리고
줍고, 버리고
또다시 줍고, 버린다
어느덧, 두 손에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빈 손이다
빈 손에도 잡히지 않을
어지러움이다
해는 지는데,
돌을 줍는 마음은 사라지고
나도 없고, 돌도 없다
- 윤희상, <돌을 줍는 마음> 부분
시인은 돌을 줍는다. ‘줍고, 버리고/ 줍고, 버리고/ 또다시 줍고,/ 버린다’
차츰 마음이 돌에서 빈손에서 놓여나기 시작한다.
‘돌을 줍는 마음은 사라지고/ 나도 없고, 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