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합일(神人合一)
지금 여기서 영생을 경험하며 사십시오. - 조셉 캠벨
지구 곳곳에 곰 신화가 많다고 한다.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한 곰은 백수의 왕이었다고 한다.
사자가 백수의 왕이 된 건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사자는 아프리카 지역에 한정되어 있어 곰이 진정한 백수의 왕이었다고 한다.
어느 원시 부족의 곰 신화. 한 남자가 산으로 사냥을 갔다가 아리따운 여인을 만나 따라가게 되었다.
그녀와 결혼한 후 다른 여자들과도 혼인을 하게 되었단다. 많은 자식을 낳아 잘 살고 있던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곰으로 변신하더니 말하더란다.
“저는 사실 곰입니다. 이제 당신은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가십시오. 하지만 이 산으로 사냥을 올 때는 암컷 곰은 죽이지 마십시오. 당신의 아내이니까요. 또한 어린 곰들도 죽이지 마십시오. 당신의 자식들이니까요.”
이렇게 하여 곰과 인간은 하나의 가족으로서 평화롭게 잘 살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황당무계할 수 있겠지만, 이 신화에는 고도의 지혜가 배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시인들은 동물을 죽여도 경건하게 의례를 지냈다. 고기는 먹고 동물 가죽이나 뼈는 남겨 둬 영혼이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 환생하도록 했다.
더더구나 암컷 곰과 어린 곰들은 인간과 하나의 가족이니 서로 정겹게 대했을 것이다.
만일 원시인들이 이런 신화와 의례 없이 곰 사냥을 하며 살아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원시인들은 자신들과 얼굴이 닮은 동물들을 죽이고 그 고기를 먹으며 깊은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또한 동물들을 너무 많이 사냥을 하여 어떨 때는 끼니를 떼우지 못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탐욕에 의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인과 비교해보라! 원시인들은 얼마나 지혜로웠는가!
현대인은 인간은 물질인 육체가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오로지 육체만을 위해 살아간다.
자신들의 육체를 위해 자연의 동식물을 마구 착취한다. 비만 환자가 될 때까지 배불리 먹는 현대인들, 안녕한가?
육체의 쾌락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은 결국 깊은 허무감에 빠져든다. 째깍 째깍 시계 초침은 우리에게 죽을 날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게 한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인간은 오로지 물질인 육체로만 이루어진 것 같지만, 육체는 사실 에너지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실은 하나의 에너지장이다. 인간과 곰은 하나의 에너지의 장 속에 있다.
원시인들은 육체는 서로 먹고 먹히지만, 영원히 다시 부활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육체가 에너지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모든 신들은 에너지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물질인 육체로 살아가다보면, 인간은 자신들이 오로지 물질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그들은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세상의 실상은 에너지야! 신들을 섬기며 물질인 육체에 갇혀 살아가지 않았다.
신인합일, 신과 인간은 하나가 되어 살았다. 현대인은 신화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항상 허하다.
요즘 다시 신화가 부활하고 있다. 사람들은 환상적인 것을 좋아한다. 자신들의 자아를 사라지게 하는 예술의 숭고미에 열광한다.
우리는 육체를 가진 인간이면서 동시에 에너지인 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두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삶, 바로 장자의 삶이다.
그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나비로 살았다. 그래서 그는 죽을 때도 하늘과 땅을 관으로 삼았다.
오늘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합니다.
마른 나뭇잎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신(神)의
쉰 목소리 그것만을 듣는 그날입니다.
〔......〕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를 못합니다.
마른 나뭇잎은 내려서
맨 손에 쌓입니다.
오늘은 신의 몸 가장 깊은 곳에서
떨어지는 마른 눈물
그것을 우리가 맨 손에 받아드는
그날입니다.
- 전봉건, <마른 나뭇잎> 부분
시인은 ‘마른 나뭇잎’을 맨 손으로 받아드는 의례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의 맨 손에 쌓이는 ‘신의 몸 가장 깊은 곳에서// 떨어지는 마른 눈물’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