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므 파탈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나는 신화에 등장하는 절세의 미녀다.
그녀의 뛰어난 미모에 매혹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들의 사랑이 트로이 전쟁의 도화선이 된다.
헬레나처럼 ‘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숙명의 여인’을 팜므 파탈이라고 한다.
역사상 무수한 팜므 파탈이 있었다. 장희빈, 양귀비, 클레오파트라...... . 그런데 왜 남자들은 부나비처럼 자신이 타죽는 줄 알면서도 그녀들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드는 걸까?
TV 드라마 ‘으라차차 내 인생’에도 팜므 파탈 백승주가 나온다. 그녀는 인하패션의 장남이자 총괄본부장인 강성욱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어렵게 사법고시를 패스하여 이제 막 사법연수생이 된 서재석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백승주는 자라면서 뭇 남성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았을 것이다. 어디가나 주인공이 되는 그녀는 점점 팜므 파탈이 되어갔을 것이다.
남자들의 가슴에 ‘팜므 파탈’이 있다. 심층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이 말하는 2단계의 아니마다.
아니마는 남자의 무의식에 있는 ‘여성성’이다. 가장 낮은 1단계는 ‘엄마’다. 항상 자신을 돌보는 여성.
많은 남자들이 이런 여자와 결혼을 한다. 유아시절의 ‘엄마’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헬레나’를 만나게 된다. 걷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빠져든다. ‘엄마’의 따스한 손길을 떨쳐버린다.
헬레나보다 더 높은 3단계는 성모 마리아다. 신성한 여성, 엄마와 헬레나를 만나 본 남자들은 마리아에게 매혹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 최고의 여성은 소피아다. 지혜의 여성, 뮤즈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남자들이 매혹되는 여성이다.
그녀는 역사의 획을 긋는 영웅들의 짝이다. 뛰어난 예술가들에게 불세출의 예술작품을 남기게 한다.
‘으라차차 내 인생’의 여주인공 서동희다. 그녀에게 인하패션의 차남 강차열이 매혹된다.
강차열은 사진작가다. 섬세한 예술적 감각이 서동희를 알아보게 한 것이다. 남들의 눈에는 평범한 미혼모일 뿐인데.
남자들이 파탄에 이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자신들 안에서 잠자고 있는 예술혼을 깨워야 한다.
누구나 예술가는 되지 못하겠지만, 예술혼은 있다. 인생의 맨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위대한 러시아의 소설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다.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구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