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인류를 구원하리라

by 고석근

아름다움이 인류를 구원하리라


미는 어디에나 있다. 그것은 결코 우리의 시야 내에 없을 리 없다. 다만 우리의 눈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 오귀스트 로댕 Auguste Rodin (1840-1917, 프랑스의 조각가)



아름다울 미(美)의 어원은 ‘羊’과 ‘大’가 합친 글자이다. 오랜 옛날, 제물로 바쳐졌던 큰 양은 보기에 좋았을 것이다.


보기에 좋은 것, 그 마음은 경외감(敬畏感)이다. 작은 나에서 벗어나 큰 나가 되는,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자신의 자아(自我)에 갇혀 있는 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세상이 다 추하게 보인다.


자아는 큰 양을 단지 먹잇감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자아는 큰 양에게서 아무런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우리가 작은 나, 자아에서 진정한 자신으로 재탄생할 때 느껴지는 마음이다.


‘아름답다’의 ‘아름’은 동사에서 바뀐 명사가 아니라 명사였다고 한다. 15세기에는 ‘아람답다’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아람’이라고 하는 명사는 15세기에는 나(私)의 뜻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아름답다’는 ‘나답다’의 뜻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의 우리말의 어원은 ‘나다움’인 것이다. 언제 우리는 나다울까? 작은 나에서 큰 나가 될 때이다.


자아는 우리의 생각이 지어낸 허상의 나다. 이 자아는 늘 자신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바라본다.


우리는 자아를 넘어 설 때,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된다. 자신을 비롯한 삼라만상에 신성(神性)이 깃 들게 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진정한 자신이 된다. 근대 조각의 아버지 로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는 어디에나 있다. 그것은 결코 우리의 시야 내에 없을 리 없다. 다만 우리의 눈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오래 전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본 한 여학생이 울음을 터뜨렸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생각하는 사람을 보는 순간, 깊은 내면에서 진정한 자신, 자기(自己)가 깨어났을 것이다.


그 순간, 그 아이의 눈에는 이 세상이 다 눈부시게 아름다웠을 것이다. 이 세상의 실상이 번개처럼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 아이도 어른이 되어가며 진정한 자신, 자기는 무의식 깊이 숨어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자신, 진정한 세상을 본 그 아이는 이따금 그 찬란했던 순간을 회상할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는 추한 것은 멀리하고 아름다운 것은 가까이 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신이 죽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아름다움을 잃어버렸다. 다시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


물신(物神)을 숭배하는 인간에게는 이 세상은 다 추하게 보인다. 물질에 갇힌 마음은 이 세상과 소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밖엔 밤비가 내리고 있구나

그러니까 파초닢이 소리를 내지


- 백거이, <밤비> 부분



시인은 무심결에 파초닢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그 순간, 빙그레 웃는다. ‘창밖에 밤비가 내리고 있구나’

시인과 파초닢과 밤비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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