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인(無棄人)

by 고석근

무기인(無棄人)



고대 중국의 현자 노자는 “무기인, 사람을 버리지 말라!”고 했다. ‘세상에는 버려질 만큼 필요 없는 사람을 없다’는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를 생각해본다. 그가 이웃에 산다면 어떨까? 다들 불편해 할 것이다.


아마 그는 ‘주폭(술에 취하면 조폭이 되는)’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타고나기를 힘도 세고 다혈질인 그에게 이 세상은 답답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다들 그를 피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는 점점 외로워지고 왕따의 삶을 살다 갈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가 유비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그는 일약 ‘장군’으로 승격될 것이다. 우리는 한 인간을 평가할 때, 홀로 떼어 놓고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홀로인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제갈공명이 혼자 산다면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제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일지 모른다. 장비를 만난 유비, 제갈공명을 만난 유비는 천하를 노리게 된다.


사람은 혼자서 무엇이 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남편, 아빠라는 것도 아내, 자녀를 만나 생겨나는 것이다.


‘나’라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 무엇을 만나야 강한 무언가가 된다. 삼라만상 자체가 다들 무엇을 만나 생성된 것들이다.



얼어 죽은 작은 새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때

그 새는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슬퍼해본 적도 없었으리라


- D.H. 로렌스, <자기 연민> 부분



인간만이 자신의 존재를 슬퍼한다. 홀로일 때다. 이것을 고독이니 뭐니 하며 미화하기까지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다 쓸쓸하게 지상에서 사라진다.


홀로는 없다. 유령이다. 인간은 다른 무언가를 만나 한 존재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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