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법

by 고석근

혼자 사는 법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 ㅈ을 만났다. 그의 얼굴은 초췌해 보였다. 이혼하고 재혼했다더니 결혼생활이 평탄치 않나 보다.


그는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나이가 들면 혼자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하는 것 같아.”


그는 그야말로 ‘혼자 사는 법’을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말에 대해 우리는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혼자 사는 법은 불가능하다. 억지로 혼자 살아가게 되면 무언가 잘못될 것이다.


인간의 존재 조건에 맞지 않게 살아가게 되면, 고통이 따라오게 될 것이다. 병이 들거나, 사고가 나게 될 것이다.


인간은 동물에서 진화하면서 ‘공감력’이 생겨났다. 다른 사람, 다른 존재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게 된 것이다.


근대 이전의 사회는 공동체 사회였기에, 인간은 권태를 느끼거나 우울감에 시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근대 이후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은 ‘개인’이 되었다. 이제 나의 삶을 스스로 창조해가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자신을 창조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만난다. 하지만 복잡하고 급변하는 사회에 지친 사람들은 자신의 동굴 속으로 웅크려 들고 싶어 한다.


혼자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눈부신 현대물질문명의 발달은 혼자 사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 있어도 함께 있는 존재’다. 혼자 있어도 다른 사람,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고독함 삶’이란, 혼자 사는 삶이 아니다. 정신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삶이다.


예술가의 고독한 삶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들은 혼자 작업을 해도, 항상 다른 사람, 이 세상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놓지 않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 다른 존재와 공감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 문정희, <고독> 부분



눈부신 물질문명이 낳은 고독!


우리 모두 시인처럼 고독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고독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쉽게 사람을 만나거나, 자극적인 쾌락을 찾아 나서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아파하면서 깊어져야 한다. 그러면 깊은 어둠 속에서, 우리 모두 하나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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