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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죽은 시대, 네가 신이 되어라

by 고석근

신이 죽은 시대, 네가 신이 되어라


북극 바다에 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하였다. 곤의 길이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변하여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鵬)이라고 하는데, 붕의 등도 길이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붕이 떨치고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도 같았다. 이 새는 태풍이 바다 위에 불면 비로소 남극의 바다로 옮아갈 수 있게 된다. 남극 바다란 바로 천지(天池)이다.


- 장자,『장자』에서



고등학교 동창생이 모친상을 당해 문상을 갔다. 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말씀하셨어.”


“내가... 절에도 가보고 교회에 가서 신에게 기도를 해봐도 안 되더라... 네가 신이 되어 살아라!”


동창생의 어머니는 한평생 고생하며 사시다가 말년에는 암에 걸려 돌아가셨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는 깨달음이 온다고 한다.


육체가 사그라질 때 영혼이 깨어난다고 한다. 깨어난 영혼으로 삶을 뒤돌아보니, 신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신이 되어 주인의 삶을 살지 못한 회한이 몰려왔던 것이다.


현대사회를 신이 죽은 시대라고 한다. 신,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절대 진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런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동창생의 어머니가 답을 주신 것이다 “네가 신이 되어라!”


그럼 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인이 되어야 한다! 시인은 장자가 말하는 붕새다.


시인은 창공을 날아올라 구름 위에서 세상을 본다. 세상은 밖에서 높은 곳에서 보아야 훤히 보인다.


그리고 붕새는 태풍이 불어야 날아올라 바다를 건너갈 수 있다. 보통 사람들, 참새들은 태풍이 불어오면 나뭇가지 사이로 몸을 숨긴다.


참새의 마음으로는 시를 쓸 수가 없다. 그의 입에서는 푸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시를 ‘감상적인 시’라고 한다.


미숙한 감성으로 쓴 시다. 시인, 붕새는 세상의 태풍에 맞선다. 맞서서 태풍을 타고 날아올라 태풍을 타고 바다를 건너간다.


붕새의 감성은 풍부해진다. 풍부해진 감성으로 쓴 시가 좋은 시다. 우리의 깊은 마음에 울림을 준다.


참새로 살아가면, 좋은 시를 모르게 된다. “시는 너무 어려워!”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상적인 시들을 좋아하게 된다.


얕은 마음을 자극하는 시들을 좋아하게 되면, 깊은 마음이 공허해진다. 삶이 무기력해지고 권태가 온다.


신이 죽은 시대, 우리는 신, 시인이 되어야 한다. 이 진흙투성이의 세상을 똑바로 봐야 한다.


거기서 피어나는 연꽃이 되어야 한다. 연꽃의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한다. 인간의 깊은 마음은 모든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기 때문이다.


동창생 어머니의 깨달음을 우리가 죽기 전에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시인이 되지 못하더라도 좋은 시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차츰 삶의 주인이 되어 갈 것이다.


그는 열두 개의 얼굴 속에 산다

그가 배반한 저 강물이

바짝 그의 뒤를 쫓는다

개의 눈을 연상시키며


- 뻬이따오, <우화> 부분



우리는 언제나 뒤가 켕긴다.


열두 개의 얼굴로 살아서 그렇다.


배반한 강물이 우리 뒤를 쫓는다.


개의 눈처럼. 개는 짖는다. “컹컹!” 우리의 영혼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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