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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대하여

by 고석근

직업에 대하여


일이 즐거우면 인생은 낙원이다. 일이 의무라고 생각하면 인생은 지옥이다.


- 막심 고리키(Maxim Gorky, 1868-1936. 러시아 작가)



식당에 가면 어떤 느낌이 온다. ‘앞으로 이 식당은 어떻게 될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망하는 식당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망할 것 같았어... .’


그런 식당 주인을 보면, ‘내가 이런 것 할 사람이 아닌데... .’ 하는 표정이다. 식당을 나오며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문을 닫는 엄청나게 많은 자영업자들에 대해 우리는 일말의 동정심도 갖지 않게 된다.


이렇게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사회가 만들어진다. 이제 우리의 최대관심사는 살아남기가 되어버렸다.


그럼 살아남기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은 어떻게 되나?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백주에 칼을 들고 길가는 사람을 찌른다.


“질투가 나서... .” 사람은 각자 다 다르다. 적성과 재능이 다 다르기에 식당 운영을 잘 못하는 사람이 사무직에서는 탁월하게 잘 할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모른다.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하려니 본인도 힘들고 남이 보기에도 안쓰러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을 무능한 사람, 불성실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지 말아야 한다.

그가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기본 소득제를 도입해 패자 부활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여러 직업을 가져보며, 어떤 직업에서는 내가 얼마나 무능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만일 그 직업을 수십 년 했다면, 나는 얼마나 무기력한 사람이 되었을 것인가? 아찔하다.


우리는 사람을 어떤 면만 보고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하늘로부터 타고나는 재능이 있어,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이 즐거우면 이 세상은 낙원이 될 것이다. 이 세상이 지옥이 된 건,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억압된 줄기,

그 생의 아름다운 씨눈.


- 이승희, <감자> 부분



시인은 감자를 보며 억압된 줄기를 보고, 고이 간직되어 있는 아름다운 씨눈을 본다.


그들에게 한 뼘의 흙과 따스한 햇살과 물만 주어지면, 그들은 푸른 줄기를 뻗고 아름다운 씨눈을 틔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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