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즐겨라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 N. H 클라인바움,『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강의를 가다 공원에서 쉬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놀이 시설에 살금살금 다가가 개미 한 마리를 집어 올렸다.
“비가 와서 풀숲 밖으로 나왔구나! 이제 다시 풀숲으로 돌아가야지.” 할머니는 개미를 조심스레 집어서 풀숲에 데려다 주었다.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그 개미는 할머니의 마음을 알았을 것이다.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은 모든 생명체에게 통할 테니까.
아마 저 할머니는 어릴 적에 개미와 함께 즐겁게 놀았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할머니는 개미를 보자 한순간에 어린 시절로 돌아갔을 것이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을 세 단계로 나눈다. 그는 가장 낮은 단계의 인간을 낙타, 그 다음 단계의 인간을 사자, 최고 높은 단계의 인간을 아이라고 말한다.
낙타는 시류에 따라 살아가는 속물적인 인간이다. 낙타가 자유를 부르짖으며 등에 진 짐을 집어 던지면 사자가 된다.
니체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사자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는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라고 말한다.
바로 천지자연 그 자체다. 사계절이 돌아가고 해가 뜨고 물이 흘러가는 이치다. 그래서 아이와 자연은 언제 봐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아이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기에 천지자연과 하나가 된다. 물을 보면 물이 되고 나무를 보면 나무가 된다.
아이는 오롯이 현재를 즐긴다. 오랫동안 용맹정진 해야 도달하는 고매한 도인의 경지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국어 교사인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아이가 되라고 말한다.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사람은 누구나 늙어서 아이가 된다. 과거의 기억 때문에 노인이 되지 못하는 노인들이 있다.
그들은 ‘왕년’에 사로잡혀 계속 낙타로 살아간다. 구부러진 등에 잔뜩 지고 있는 짐을 자랑하여.
그들은 가끔 사자처럼 울부짖고 아이처럼 눈물을 질질 짜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낙타를 벗어나지 못한다.
노인의 가장 큰 미덕은 망각이다. 지나간 날들이 흐릿하다. 무엇을 하다가도 금방 잊어 먹는다.
그들에게는 오롯이 현재가 있다. 현재를 누릴 수 있다. 공원에 왔다가 우연히 마주친 개미의 작은 눈.
그 눈을 보며 개미와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 개미의 마음을 읽고 개미를 도와줄 수가 있다.
초록이 지쳐 단풍 든 나뭇잎들, 그들의 몸은 얇디얇다. 그들은 바람에 온 몸을 맡겼다.
온 몸으로 바스락 바스락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 어느 날, 툭 땅으로 떨어질 것이다.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들 것이다. 겨울바람 소리를 들으며, 쏟아지는 눈비를 맞으며, 그는 봄날의 꿈을 꿀 것이다.
강은
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도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강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산다.
- 구상, <강> 부분
시인은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자신을 본다. 삼라만상을 본다.
언제나 과거, 현재, 미래는 하나로 어우러진다.
매순간이 탄생이고 죽음이고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