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아니라 몸이다

by 고석근

뇌가 아니라 몸이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 어떤 모임의 분위기를 읽고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감지하며 사투리나 낯선 억양, 언어 등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려도 대화를 한다. 이런 기술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공학적 문제점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다지 많이 생각하지 않고 그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상당 부분 우리 몸을 통한 체화 덕분이다.


- 사이먼 로버츠,『뇌가 아니라 몸이다』에서



어릴 적 살던 고향 마을에는 치매 노인이 몇 분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노망났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 이상하기는 해도 우리와 함께 살았다. 만일 그 분들이 도시에 살았다면 가능했을까?


시골에서는 사람들의 동선이 일정하다. 집, 논과 밭, 이웃집, 이들 사이를 한평생 오간다.


몸이 길을 알아서 간다. 그들은 나중에 치매가 걸리더라도 몸이 알아서 길을 갈 것이다.


그래서 시골의 마을에서는 치매 노인들도 마을의 일원이 되어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노인들은 집안에 유폐되게 된다. 작은 공간에 갇힌 치매 노인들은 점점 일상의 능력을 잃어갈 것이다.


다시 마을을 복원하면 좋은데,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마을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어느 종교단체의 수도원에서 나이든 분들의 뇌를 분석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랬더니 치매 노인들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지장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종교생활과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면 몸은 쇠퇴하게 되어 있다. 당연히 뇌도 쇠퇴한다. 만일 뇌와 몸이 젊은이와 같다면, 노년은 너무나 불행할 것이다.


다시 어린 아이가 되어가는 노년은 다시 어린 아이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있는 것이다. 이게 자연의 오묘한 섭리일 것이다.


그런데 현대도시문명은 이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게 된다. 자연스레 늙은 뇌와 몸으로 사는 게 너무나 힘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조건에 맞는 새로운 문명을 꿈꾸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 어떤 모임의 분위기를 읽고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감지하며... 인간은 그다지 많이 생각하지 않고 그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상당 부분 우리 몸을 통한 체화 덕분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몸’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수백 년 전 과학 혁명, 산업혁명에 의해 근대문명사회가 열리며 ‘머리’로 살아가게 되었다.


몸 중심으로 살아가던 인간이 머리 중심으로 살아가게 되면서, 인간의 삶은 피폐해져 갔다.



고만 죽어야지 죽어야지

습관처럼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것이

이젠 섭섭하지 않다


(...)


마른풀처럼 시들며 기어이 돌아갈 때를 기억하시는

팔순 어머니의 총기(聰氣)!


- 고진하, <어머니의 총기> 부분



오랜 수행 끝에 도달하는 생사 초월의 경지를 치매를 앓는 팔순 어머니는 쉽게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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