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되어라
나는 이렇게 진심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혼자 살아오던 끝에. 여섯 해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를 만났다. 모터에서 무언가가 부서진 것이다. 기관사도 승객도 없었던 터라 나는 그 어려운 수리를 혼자서 감당해 볼 작정이었다. 나로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였다. 겨울 일주일 동안 마실 물밖에 없었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이라는 말이 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것이다.
생택쥐페리가 지은 동화 ‘어린왕자’의 주인공인 비행사가 사막에 추락했다. 그는 궁하게 되었다. ‘죽느냐 사느냐’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변하게 된다. 그의 깊은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어린왕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자신’을 만난 것이다. 그의 내면에서 울고 있는 아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내면의 아이, 그 아이가 진정한 자신인 것이다.
어린왕자가 그에게 말한다. “저......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뭐?” “양 한 마리만 그려줘......”
양은 풀을 먹고 산다. 어린왕자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에게 심술궂게 대했던 꽃에 대한 상처가 있다.
양은 그 꽃의 잎사귀를 먹는 존재다. 어린왕자의 마음 깊은 곳에는 꽃에 대한 깊은 미움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어릴 적에 어머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아이들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미움의 양가감정’이 버겁다. 이 양가감정을 해결해야 한다.
비행사는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이 아이를 만난 것이다. 비행사는 이 어린왕자를 변화시켜야 한다.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은 이 내면아이 때문에 결혼이 파탄에 이르는 한 남성에 대한 슬픈 이야기다.
나무꾼은 하늘로 올라간 선녀를 따라 하늘로 올라간다. 하지만 지상의 어머니를 잊지 못한다.
선녀와 결혼을 했으면, 당당한 선녀의 남편이 되어야 하는데 그는 여전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어린아이다.
선녀가 지상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나무꾼에게 신신당부한다. “절대로 땅에 발을 딛지 마셔요.”
하지만 나무꾼은 말 위에서 어머니가 주는 팥죽을 받으려다 땅에 발을 딛고 만다. 그는 다시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된다.
나무꾼은 한평생 수탉이 되어 새벽마다 선녀가 있는 하늘을 향해 목 놓아 울게 된다.
비행사의 내면아이는 성장한다. 어른들의 위선의 세계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사막의 여우를 만나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는 노란 뱀에게 물려 껍데기인 몸을 훌훌 벗어놓고 자신이 떠났던 별로 돌아가게 된다.
내면아이가 성장한 비행사는 이제 진정한 개인이 되었다. 그는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된 것이다.
인간은 홀로 하나의 세계다. 많은 사람들이 내면아이 때문에 괴로워한다. 몸은 어른인데 정신은 아이인 어른들.
우리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개인이 되지 못한 괴로움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 품에 안겨있던 어린아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덤에 잠 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부분
원시사회에서는 태양, 달, 산, 강은 대모신(大母神)이었다.
그들은 한평생을 어머니의 품속에서 살았다.
문명사회에서는 대모신이 사라졌다. 어머니를 잃어버린 문명인들은 어른이 되지 못하고 난폭한 아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