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가치

by 고석근

장미의 가치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사막의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가치’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물에게 정성을 쏟는다. 그 정성을 쏟는 시간이 그 사람과 사물을 가치 있게 한다.

비행기가 승용차보다 더 비싼 건, 비행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승용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논리가 맞을까?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 폰을 만들었을 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갔을까?

그는 “소크라테스와 함께 점심 한 끼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걸겠다.”고 말했다.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함께 점심 한 끼를 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까?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하며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스마트 폰을 만들면 그 스마트 폰의 가치는 어떻게 책정될까?


우리는 이제 생산물의 가치가 시간으로 측정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짧은 시간에 얻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야 할까? 이제 가치의 기준을 ‘사람’에 두었으면 좋겠다.


사람, 삶 그 자체. ‘살아있음의 환희’가 가치의 기준이 되면,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얻은 가치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생산물의 가치와 충돌하지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에 재능을 타고 난 아이가 신나게 놀다 얻은 아이디어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의 가치는? 신나게 논 나머지 아이들의 가치도 똑같이 인정해 주어야 한다.


예수는 늦게 일하러 나온 일꾼과 일찍 일하러 나온 일꾼에게 똑 같은 임금을 주는 게 맞느냐고 항의하는 포도밭 주인에게 그게 정의라고 말한다.


예수는 시간으로 가치를 측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같다. 인공지능시대에는 시간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똑 같이 대해야 한다.


모두가 동등한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갈 때, 어느 누구의 아이디어에 의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지 모른다.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가치가 있기에 모든 사람들은 신나게 살아갈 것이다. 신나게 사는 분위기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렇게 될 때, 모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목적으로 대할 것이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다 가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지금은 기호 소비시대다. 상품의 기호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한다. 이런 시대에는 사람들이 자기계발에 몰두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정성을 쏟는 게 쉽지 않게 된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여우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간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다.’ 모두 신나게 노는 세상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가치 있게 대하게 된다.


살아있음의 환희, 이 속에서 엄청난 아이디어가 나오고 사람들은 그 아이디어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지 않을 것이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부분



사람이 가장 원하는 건, 사람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는 모두 이 가치를 위해 온 정성을 다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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