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등불로 삼아라

by 고석근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라


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렇듯 감동하게 만드는 것은, 한 송이 꽃에 바치는 그의 성실한 마음 때문이다. 비록 잠이 들어도 그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밝게 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석가는 죽기 전에 제자 아난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었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라”


스스로를 등불로 삼으라니? 우리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우리 안에 있다고? 그것이 무엇일까?


사막에 불시착한 ‘나’는 잠든 어린 왕자를 안고 우물을 찾아간다. 그의 가슴에 안긴 어린 왕자는 누구일까?

어린 왕자가 바로 나의 등불이다. 나의 영혼이다. 영혼은 천지자연과 하나이기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훤히 비춘다.


미하일 엔데의 동화 ‘모모’에서 한 남자가 모모에게 생일이 언제냐고 묻자 모모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는 언제나 여기 있었던 것 같아요.” 모모는 ‘언제나 여기 있는 존재, 우리 몸은 죽어도 영원히 내 안에 살아있는 나의 영혼’이다.


어린 왕자, 모모를 통해 우리는 우리 안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는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말한다.


“네가 언제든지 고개를 숙이기만 하면 너는 나를 만날 수 있어.” 데미안도 우리 안의 영혼이다.


이 영혼이 어떻게 우리의 앞길을 밝혀줄 수 있을까?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온 우주를 밝힐 수 있는 빛이다.


어린 왕자에게는 ‘한 송이 꽃에 바치는 그의 성실한 마음’이 있다. 이 마음에 의해 ‘그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밝게 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 영상’이 생겨났다.


우리도 어린 왕자처럼 ‘한 송이 꽃’에 온 정성을 다 바쳐야 한다. 그래서 우리 안에 등불이 타올라야 한다.

그 등불의 빛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널리 널리 퍼져갈 것이다.


우리 안의 영혼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 언제든지 고개를 숙이기만 하면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밖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전문가만이 답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그 결과 우리는 너무나 무능하게 되어버렸다. 전문가가 줄 수 있는 답은 생활 속의 상식들 뿐이다.


우리 삶의 오묘한 문제는 우리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우리 안의 등불을 켜면, 우리의 마음은 점점 밝아질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환해질 때, 우리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양명학의 창시자 왕양명은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가르침을 달라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마음이 환하다. 더 할 말이 무엇이 있겠느냐?”



오늘은 내 홀로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 있으면서

그 생각의 등불 곁에

작은 벌레 하나를 숨쉬게 하여

그 가느다란 더듬이로

먼 세상을 조용히 그려 본다


- 김영석, <등불 곁 벌레 하나> 부분



우리가 홀로 하염없이 생각에 잠길 때, 우리는 어느 작은 벌레 하나를 숨 쉬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벌레의 더듬이로 먼 세상을 다 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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