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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Nov 15. 2023

길들인 것은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다   

 길들인 것은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다     


 여우가 말했다. “그러나 너는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가르쳐 준 삶의 지혜,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     


 여우가 잊지 말라고 한 이 지혜를 현대 문명인은 잊어버렸다. 원시인들은 자신들이 길들인 것에 대해 책임을 졌다고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면, 그를 끝까지 책임졌다고 한다. 그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떠날 때까지 돌봐주었다고 한다.     


 현대 문명인은 생각할 것이다. ‘아니?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면,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놓은 거잖아. 그런데 또 돌봐준다고? 그럼 누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겠어?’     


 사람은 살다 보면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른다. 큰 걱정이 생겨 길을 바삐 가다 자신도 모르게 물에 빠질 수도 있다.     


 그때 누가 자신을 구해주었다면, 마냥 고마워할 수 있는가? 큰 걱정에다 물에 빠졌으니 혼이 나갔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원시인들처럼 끝까지 책임져 주는 게 맞지 않겠는가?     


 우리 속담에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원시인들 같으면 보따리를 찾아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에 빠져 정신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보따리까지 챙길 수 있겠는가? 물에서 구해주었으면 당연히 보따리도 책임지고 찾아주어야 한다.     


 호주 원주민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주었더니 그들은 무승부가 될 때까지 경기를 하더란다.     


 그들은 첫 경기가 끝났을 때 이긴 팀은 생각했을 것이다. ‘상대방은 지금 기분이 나쁠 거야!’     


 서로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들은 무승부가 될 때까지 경기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한평생 상대방을 배려하며 살아갈 것이다. 서로를 길들이게 되면, 끝까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은 천지자연의 이치다.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다. H2O, 이 중에서 수소가 제 마음대로 하늘로 날아가 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가만히 있던 산소도 말라버리게 될 것이다. 수소와 사소는 서로를 길들였기에 하나의 물이 되었다.     

 그들은 불가피한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끝까지 서로를 강하게 껴안으며 물로 존재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길들인 것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서로를 길들이며 무한히 피어나는 존재들, 그래서 이 세상은 눈부신 꽃밭이다.     


 현대인이 불행한 것은 이러한 천지자연의 이치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길들인 것들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래알처럼 혼자 살아가는 현대인들, 한평생 서로의 몸을 할퀴며 상처투성이로 살아가고 있다.  



 하하 웃는 당신을 이기기 위해 

 죽도록 노력 노력 노력했어요 

 그러나 언제나 돌아오는 당신 뻔뻔스런 당신을 

 다시 걷어찼어요 삶의 뱃가죽이 

 터지라고 차냈어요     


  - 장정일, <축구 선수> 부분       



 숭부를 가리는 축구를 오랫동안 해 온 우리는 이제 다들 축구 선수가 되었다. 인생은 거대한 축구장이 되었

다.     


 ‘언제나 돌아오는 당신 뻔뻔스런 당신을/ 다시 걷어찼어요’      


 뻔뻔스런 당신은 계속 나타나고, 우리는 이제 모두 쓰러질 때까지 그들을 걷어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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