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되어야 한다

by 고석근

개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 꽃은 어찌 됐든 어린 왕자를 후회하도록 만들려고 억지 기침을 했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어제 공부 모임에서 오로지 딸을 위해 살아가는 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새벽에 일어나 시집간 딸네 집으로 간다. 딸을 위해 아침밥을 준비하고, 딸과 사위를 출근시키고 나면, 청소를 한다.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잠시 머물다 저녁에 다시 딸네 집으로 간다. 딸과 사위를 위해 저녁상을 차린다.

그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모계사회(母系社會)’의 흔적이라고 말했다. 인류에게는 오랜 원시시대의 모계사회에 대한 기억이 있다.


모계사회에서는 태양, 달, 산과 강들이 여신(女神), 대모신(大母神)이었다.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최고 지도자였다.


이 대모신의 기억이 현대 사회의 어머니들의 집단 무의식(集團無意識)에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기억이 강렬해지면, 어머니는 자식들을 손아귀에서 놓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된다.


그 어머니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으니, 보상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만족할 수 있을까?

현대문명사회는 더 이상 ‘혈연 공동체’를 원하지 않는다. 눈부신 물질문명은 ‘자유로운 개인’을 탄생하게 한다.


그녀의 딸과 사위는 자유로운 개인의 삶을 지향해 갈 것이다. 늙고 병든 어머니는 삶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다 늙어 홀로가 된 어머니는 제 한 몸도 건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녀는 아름다웠던 옛날을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개인이 되어야 한다. 개인은 개체와 다르다. 개인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삶의 주인이다.

삶의 주인이 되면, 우리의 깊은 내면에서 사랑이 솟아 올라온다. 이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에 반해 개체는 모래알처럼 낱개로 살아가는 개인이다. 개체로 살아가게 되면, 정신질환이 오게 된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사회적 동물’이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태,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온갖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는 과거 집단주의의 삶을 벗어나 개인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어머니들께서는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어내야 한다.


어린 왕자의 어머니도 어린 왕자를 손아귀에 넣고 싶어한다. ‘그러자 꽃은 어찌 됐든 어린 왕자를 후회하도록 만들려고 억지 기침을 했다.’


억지 기침을 해서라도 자식을 붙잡고 싶어하는 어머니, 그 어머니를 견딜 수 없어 어린 왕자는 별을 떠나게 된다.


어린 왕자가 별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린 왕자와 그 꽃은 함께 정신질환을 앓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머니와의 정신적 탯줄을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 우리는 자유로운 개인이 되어 서로 연대하는 공동체를 꾸려가야 한다.


과거의 공동체는 개인이 존중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개인이 존중되는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어야 한다.



진정한 혁명가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정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사랑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 체 게바라, <새로운 인간> 부분



긴 인류사에서 수많은 혁명들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혁명들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실패했다.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인간’이 탄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찰나가 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