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2

by 고석근

구원2


인생의 목적은 자기실현이다. - 칼 융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의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는 세상이 부러워하는 경지에 도달했으나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꼈다.


햇빛에 비친 모습이 크면 클수록 그림자도 클 수밖에 없다. 그의 마음속에는 깊은 그림자가 있다.


그는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만난다. 어느 날 그의 그림자, 메피스토펠레스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파우스트는 물었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메피스토펠레스가 대답했다. “나는 항상 악을 추구하면서도 오히려 늘 선을 이룩하는 힘이다.”


악을 추구하는데, 오히려 선을 이룩하는 힘이라니?


이것이 인간의 구원에 대한 비밀이다.


인간은 삼라만상을 빛과 어둠으로 나눈다. 좋은 것(선)과 나쁜 것(악). 그리고는 좋은 것을 추구하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어둠도 강해진다. 대학자로서 존경받는 파우스트 안에는 그만큼 깊은 어둠이 쌓인다. 그림자가 형성된다.


파우스트가 큰 학문의 업적을 이루었음에도 기쁘지 않았던 것은 마음속의 그림자가 그의 마음을 흩트려놓았기 때문이다. 그의 정신세계는 빛과 어둠으로 분열되어 있다.


그가 온전한 인간, ‘자기(영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의 그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것은 자기실현을 향한, 구원을 향한 첫 걸음이다.


메피스토펠레스에 의해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는 미녀들을 만나며 욕망의 늪 속으로 빠져든다. 그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그는 진흙탕 같은 삶을 살아간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는 법. 연꽃을 피우려는 자는 진흙탕 속의 삶을 거쳐야 한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이다.’


파우스트는 한평생 모든 학문을 섭렵하며 선하게만 살아왔지만, 생기를 잃어버렸다. 그의 ‘이론’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그는 그의 마음속의 깊은 어두운 자신, 메피스토펠레스를 받아들임으로써 ‘푸른 생명의 나무(자기실현)’가 되었다.


그는 비로소 소리칠 수 있었다.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현재의 한 순간에 만족하는 파우스트를 본 메피스토펠레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계약대로 파우스트의 영혼을 가져가려했다.


하지만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는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창을 하며 그의 영혼을 구원한다.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


아들아 너에게 광신(狂信)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人類)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美大陸)에서 석유(石油)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都市)의 피로(疲勞)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 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 김수영,《사랑의 변주곡(變奏曲)》부분



욕망의 늪에 빠져 본 자만이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숨겨진 욕망은 우리의 영혼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우리는 욕망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가야 영혼을 되찾을 수 있다. 어둠의 강을 건너간 태양이 다음 날 아침 다시

말갛게 떠오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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