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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Mar 16. 2024

재능과 열정 사이   

 재능과 열정 사이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지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건 육반입니다. 우리 마음이 육반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갈탄광이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 마음은 갈탄광이 되어야 합니다. 어정쩡하다 보면 아무 짓도 못하지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어제 공부 모임에서 한 회원이 아들 얘기를 했다. “우리 아이가 공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표를 내고는 연극을 하겠다고 해요.”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어린 아들이 둘이나 있는 가장이 연극을 하겠다니! ‘고갱’이다.     


 우리는 평소에는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려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으로 떠난 고갱을 얘기하며 그를 부러워한다.     


 그를 생각하며, 우리의 가슴도 함께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자신들의 이야기가 되고 나면 태도가 달라진다.     


 차가운 가슴으로 이야기한다. ‘먹고 살 수 있을까?’ ‘재능이 있을까?’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해진다.     


 맞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우리는 뜨거운 가슴으로 뭔가에 몰입할 수 있다.       


 복지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많은 사람이 싸늘하게 식은 가슴으로 일생을 살아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재능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사람의 재능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는 학교에서 지식 위주의 공부만 하느라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재능부터 생각하지 말고, 열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뜨거움이 있는가?’     


 연극을 하는 아들을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 아들에게 ‘재능이 있느냐?’고 묻게 되면, 아들의 열정은 식어버릴 수 있다.     


 아들이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연극에 몰입하게 되면, 그는 서서히 알게 된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재능이 없더라도, 그의 가슴에는 열정이 있기에 다른 일을 뜨겁게 할 수 있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된다.     


 결국에는 한 우물을 파게 된다.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는 멋진 인생을 살다 갈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지 말아야 한다.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밥과 의복과 잠자리가 주어진다.      


 나는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살아봤기에 잘 안다. 열정은 재능을 불러오고, 재능은 행운을 불러온다는 것을.       

 많은 부모님이 자식들이 가는 길을 막게 된다.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결국에는 그렇게 되는 것이다.     


 재능과 열정 사이에서 우리는 방황한다. 우리는 먼저 열정을 가져야 한다. 열정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게 하는 마법이다.     


 우리는 항상 조르바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정쩡하다 보면 아무 짓도 못하지요.’           



 또 다른 영혼들은 

 열정의 환영(幻影)들로 

 괴로워한다. 

 벌레 먹은 과일들. 

 그림자의 

 흐름과도 같이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어떤 영혼들은> 부분 



 우리는 한평생 ‘열정의 환영(幻影)들로/ 괴로워한다.’     


 우리는 한 송이의 불꽃이다. 뜨겁게 불타오르다 허공으로 사라져야 한다.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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