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다듬기
35살의 주부 성모 씨의 인생엔
근심 걱정이 없다는데 세상이 아무리 지루해도
띠포리가 있고 띠포리를 사주겠다는
남편이 있으니 더 이상의 행복은 욕심이라며
자신을 타일러가며 띠포리를 손질한다는데.
- 성미정, <여보, 띠포리가 떨어지면 전 무슨 재미로 살죠> 부분
모 미술관에서 ‘콩나물 다듬기’라는 주제의 작품을 전시했다고 한다. 탁자에 콩나물을 듬뿍 올려놓고, 관람객들이 콩나물을 다듬게 했단다.
자연스레 낯선 사람끼리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경이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자전거 타고 시장을 지나다 보면, 빙 둘러앉아 배추, 마늘, 파를 다듬는 할머님들을 본다. 참으로 정겨워 보인다.
혼자 앉아 좌판을 열고 있는 할머니들을 보면, 안쓰러워 보인다. 그런데, 우리 대다수가 이렇게 살아가지 않는가?
현대인은 서로 단절되어 모래알처럼 외롭다. 그래서 일 중독자가 된다. 정신없이 뱅글뱅글 돌다 보면, 살맛이 나는 것 같다.
시인은 ‘띠포리를 손질’하며 견디는 슬픈 주부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이제는 걱정이 하나뿐이다.
“여보, 띠포리가 떨어지면 전 무슨 재미로 살죠?” 하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라고 자신을 타이른다. ‘띠포리가 있고 띠포리를 사주겠다는/ 남편이 있으니’
얼마 전에 공부 모임에 오는 한 주부가 말했다. “저 공주예요. 공부하는 주부거든요.”
공부 모임을 통해 서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주부들이 많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강물이 되어 흘러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