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구나 와 진짜 겨울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날이다.
이런 날 딸은 친구들을 만나겠다고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한껏 치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하고 옷을 고르느라 아침밥을 거른 체 빈 속으로 나섰다.
해가 지고 동장군이 기세등등해진 시각에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지하철 역인데 데리러 와줄 수 있어? 너무 춥고 배고프고 힘들어"
이게 무슨 말인가 춥고 배고프다니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게 춥고 배고픈 거라는데 목소리조차 기운 없고 떨리는 걸 보니 지금 딸 이 그런가 보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된 딸을 위해서 평소에는 잘 켜지 않는 자동차 히터를 켜고 역으로 마중 나갔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딸이 훈훈한 공기가 가득 찬 차에 오른 후 한 첫마디는
'엄마 배가 너무 고파 엄마가 해준 밥 먹고 싶어'였다.
누굴 만났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먹었는데도 왜 배가 고픈지 왜 몸이 힘든지를 쉴 새 없이 말하다가
불현듯 생각난 듯 " 아 엄마 질문이 있어. 해봐도 될까?"
질문을 하기 전 딸의 버릇이다.
질문은 이랬다.
엄마도 퇴근을 하면 힘들 텐데 어떻게 저녁식사 준비를 할 수 있는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따뜻한 새 밥과 반찬으로 새벽 아침상을 차려줄 수 있었는지
매번 아플 때마다 다른 종류의 죽을 할 수 있었는지
갑자기 그게 왜 궁금 해졌냐고 물었더니 딸아이는 그저 엄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는 무슨 힘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했는지.
진부한 대답 같지만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게 저녁을 먹기 위해서 저녁상을 차리는 것이고
아침밥 은 가족이 함께 먹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7시 전에 아침밥을 먹어야 해서 새벽 아침상을 차린 것이고
아파서 입맛도 없는데 끼니마다 같은 죽을 먹으면 먹기 싫을 테니 매번 다른 죽을 했다고 대답했다.
딸은 저도 나이가 들고 하는 일이 많아지고 주변 지인들의 살아온 시간을 들으면서 엄마의 밥상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걸 곱씹게 된다고 했다.
엄마의 밥상이 있어서 스스로 한 끼라도 소홀하게 먹지 않고 대접하는 기분으로 차려서 먹게 되고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먹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나에겐 가족들에게 식사 한 끼를 맛있고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었고 나에게 귀한 사람들을 대접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