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보다 양"이라는 말은 음식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내 글쓰기 이야기다. 100일 동안 글을 쓰면서 일상에 의미를 담았다. 숨을 쉬듯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시간, 인내, 끈기 중 하나라도 없으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어떻게 쓸지 막막했고 답도 몰랐다. '쓴들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이 시작의 장애물이었다.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생각했다. 분명한 생각 하나가 있었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차피 전혀 다른 내가 될 수는 없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었다. 그 말은 글쓰기로 인해 나를 위로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쓰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나를 마주한다. 글이 쌓여 갈수록 내가 누구였는지,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가 보인다. 소심하고 유리장 같은 멘탈을 바꾸고 싶은 것도 다른 하나의 이유였다. 글을 쓴다고 정신력이 강해질까만, 믿는 마음이 없으면 그 무엇도 시작할 수 없다. 달라지고 싶다면 행동해야 한다.
도서 후기만 주로 써오던 블로그에 백일 동안 백 개의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쓰자니 하나에서 열까지 맘에 들지 않았다. 매일의 글이 부끄러움이었다. 일상을 글로 표현하기도 어려운데, 글을 발행하고 난 후의 자괴감에서 나를 건져내기까지 해야 했다. 백 개의 글이 쌓인 지금도 여전히 나아진 건 없다. 오히려 배우지 않고 막무가내로 쓴 탓에 나쁜 습관이라도 베인 건 아닌지 걱정이 들 정도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고 시작했더라면 좋았을까? 지금보다 나은 글을 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쓰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이어트의 본질은 건강이듯이 글쓰기의 본질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쓰는 것이다.
새해가 되기 사흘 전에 책 쓰기 무료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의 이은대 작가님의 강의였다. 무료만 벌써 세 번은 족히 들은 것 같다. 매번 강조하는 작가님의 말씀도 다르지 않다. "쓰지 않는 사람이 잘 쓰는 방법은 없다. 신도 못 쓴다."라며 "더럽게 많이 써라"라고 일갈하셨다.
글쓰기는 완벽보다 완성에 가치가 있다. 많이 쓸수록 실력은 는다. 나처럼 글쓰기 초보자에게는 좋은 점도 있다. 초보운전자에게 운전 못 한다고 하지 않는 그것처럼 못 써도 독자는 초보에게 이해심이 많다. 뇌가 꽃밭이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니 걱정이나 두려움은 던져버려도 된다. 이럴 때일수록 못난 글 많이 써보는 것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많이 쓰면 된다. 정작 글의 질을 높이는 방법도 다름 아닌 질보다 양이라 한다. 무조건 쓰고, 닥치고 쓰고, 그냥 쓰는 무식한 방법이 최고의 글을 쓰는 지름길이다.
백일 목표의 끝은 또 다른 기회의 시작이다. 그 시작의 의미는 분명히 백일 전의 첫 글을 발행할 때의 시작과는 다를 것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불교사상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뜻이다. 백일 동안의 글을 쓰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또 다른 시작이다. 새로운 두려움에 나를 밀어 넣을 용기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