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일상에 무너지지 않는다

에너지를 채우다

by 빛해랑

정신이 번쩍 났다. 귀가 얼얼하고 들이마시는 공기가 어찌나 차갑던지. 기온이 뚝 떨어졌다. 두꺼운 외투로도 추위가 막아지지 않는다. 출근길에 버스를 탈까, 하고 망설였지만, 추울수록 움츠러들고 싶지 않아서 걷기로 했다. 집 앞 산책길에는 추운 날씨에도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며칠 호되게 앓고 난 후여서인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빨리 걷기 하자니 숨이 가쁘다. 체력마저 뚝 떨어진 기분이다.

이 지독한 감기는 기어이 딸아이에게 옮겨주고서야 잦아들었다. 방에서 컹컹거리는 기침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수액이라도 맞으라고 했지만, 약으로만 버티고 있으니 더욱 안쓰럽다. 매일 하던 루틴도 흐트러졌다. 습관을 잠시 멈추니 마음이 불편하다. 해서 불편했던 것들이 어느새 안 하면 불편한 것들로 바뀌었다.

새해가 시작되면 대부분 사람은 의지를 다진다. 나 역시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를 중심축으로 두었다. 지독한 독감에 일상이 무너졌다. 체력이 받쳐 주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체력과 정신은 하나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도 무너진다.

이럴 땐 생계형 본업이 고마운 생각이 든다. 직장인은 마음대로 쉴 수 없다. 그러니 일하면서 억지로 힘을 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실제로 모든 면에서 나아지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본래의 일상을 찾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아프면 쉬고 싶고, 쉬면 게으름에 빠진다. 약한 마음을 털어내지 못하면 순식간에 무기력해진다. 서서히 일상을 찾아가는 중이다. 독서와 글쓰기 의지에 작은 불씨를 살린다.

한두 페이지의 책, 필사한 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못난 글일망정 쓰는 시간 동안 짧은 행복에 취한다. 책 한 권, 글 한 편이 삶을 크게 바꾸지는 않겠지만,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삶이 매번 순탄할 수는 없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원하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어떻게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날에 의미를 부여하고, 힘을 내 살아간다. 매일 내가 안녕하기를 바라고, 타인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운 날 찬바람에 정신 번쩍 나듯이 잠시 멈추었던 나의 일상에 에너지를 채운다. 나는 일상에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