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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빛나 Nov 12. 2024

9. 건강 지킬 수 있을 때 지키자

건강검진 하는 날

건강검진을 위해 연차를 냈다. 출근 시간보다 더 서둘러서야 예약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국가 건강 검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에서 2년에 한 번씩 가까운 병원에서 하고 있다. 건강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검진할 시기가 다가오면 괜스레 불안하다. 건강 염려증까지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몸도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것 같다.

 꾸준하면서도 강도 높은 운동을 하지 않은 지가 꽤 되었다,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습관이 잡혀있다고도 자신할 수 없다. 건강에 불안감이 생겼던 이유다. 30분씩 매일 아침 걷는다. 콧잔등에 땀이 살짝 올라올 만큼의 걷기 운동이 내게는 가장 좋은 것 같다. 운동하는 마음으로  걸어서 출근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지각이 걱정될 땐  버스를 탈 때도 있다. 주말엔 출근을 안 하니 당연히 걷는 것을 건너뛴다.

아침은 대부분 거른다. 대신 출근 후에 적은 양의 과일이나,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간단하게 먹는다. 하루 중에 제대로  밥 다운 밥을 먹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기본적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균형 있게 양껏 먹는다. 김치나 국을 먹는 것도 점심 식사 때이다. 저녁은 대충 해결하기도 하고 외식으로 대체할 때도 많다.


건강하고 싶고, 건강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시간 탓을 하며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마침 올해는 건강검진 대상자다. 기초적인 검사에서부터 위내시경, 복부 초음파까지 해보기로 했다. 갑상선 검사도 하겠다고 했더니 올봄에 해서 안 해도 된단다.

난생처음 복부 초음파를 하면서 시간이 길어지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혼자 검사를 진행하던 의사 선생님은 다른 의사를 호출하더니 영상 사진을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렇게 겁을 줘도 되는 거야?' 싶었다.

 "복부 초음파 왜 하시는 거예요?"라고 의사 선생님이 묻는다.

"...."

왜 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을.... 난감하다. '의사 선생님은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지?'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다는 말을 기대하는 건지. 의중 파악이 안 되었다. 할 말이 없다. "어.... 그냥 이요." 할 밖에.

쩝! 하며 나오니 곧바로 위내시경 한다며 내 이름을 다정하게도 부른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 한 채  나는 일기를 멋지게 쓰고 있었다. 일기 내용이 내가 생각해도 어찌나 훌륭하던지 써놓은 글을 소리 내어 읽고 싶었다. 사실은 내용을 외우고 싶어서 반복해서 읽는 중이었다.

" 네? 뭐라고요? 000 님 눈뜨세요." 흔드는 바람에 읽다가 말았다.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 일기 읽고 있었는데...." 하하 이게 무슨 일이람.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나이 지긋한 간호사 앞에서 머쓱함이 파도처럼 덮쳤다. 걱정되었는지 복도까지 안아주다시피 데리고 나와 소파에 앉혀 주더니 등을 몇 번 쓸어주고 들어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뒷짐을 지고 마지막 단계인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복부 초음파 할 때의 상황을 떠올리니 인사하는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이런저런 괜찮다는 말들 속에 들어야 할 얘기만을 기다렸다.

" 복부 초음파 상에서 특이 소견 없고요. 경도 지방간이 있으니 탄수화물, 과일 좀 줄이세요."

초음파검사 당시 상황은 무엇이었던가! 이상 없다니 초음파검사 왜 하냐고 두 번이나 물었던 의사 선생님을 용서했다.

 지킬 수 있을 때 지켜야 하는 것이 건강이다. 내 딸은 장수하는 것이 작은 꿈이고, 구순의 어머님은 "어서 가야지" 하면서도 소식을 즐기시고 새벽 네 시 만 되면 일어나 동네를 몇 바퀴씩 돌고 계신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를 돌보는 것이 곧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건강하게 살고 싶다. 하루를 살아도 아프지 않고 싶다.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심한 것도 좋지 않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오지 않는 것처럼 건강도 잃고 나면 이미 늦는 것일 테니. 건강! 지킬 수 있을 때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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