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요즘 취업 준비로 정신이 없다. 근로자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 엄마는 내키지 않지만 별수 없다. 평범한 가정에서 공부도 평범했고, 생각도 무난하다 보니 대학을 졸업했으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밤새 자기소개서를 쓰고, 예상 면접 질문지를 뽑아 거울을 보며 연습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내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다. 생산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사고를 달리 키워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죄책감이 드는 걸까. 일찍이 깨지 못한 부모 탓 같기만 하다.
어린아이의 사고는 스펀지 같아서 주는 대로 흡수한다는데 부모가 방향성을 도왔다면 좋았을 것 같다. 부드러운 찰흙과도 같아서 손길이 빚는 대로 모양이 만들어진다는데 잘 빚어 볼 걸 그랬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방식의 육아와 아이 교육을 선택했을 것 같다. 그때도 책을 읽고, 실천하는 삶이 아니면 소용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 탓 같기만 한 것이다.
부모가 바로 서야 아이가 제대로 자라는 법이다. 바르고 따뜻한 사람으로 잘 키웠다고 생각했고, 잘 자라 주어서 고맙게 여겼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결혼도 안 한 젊은이들이 자기 계발 세계에 몸담고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저 중에 내 아이도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취업이 복잡하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나로서는 딸아이의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들어 보인다. 서류 통과의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공들인 서류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은 예사다.
간신히 면접까지 가더라도 쓴잔을 마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말로 운이 좋아 면접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해서 '다행이구나!' 싶었더니 최종 면접을 한 번 더 봐야 한단다. 한 단계 뚫고 나가기도 힘든데 무슨 과정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시대도 아닌데 그렇게 어려운 단계를 거쳐서 들어간 직장이 과연 얼마나 만족을 줄 수 있는가에도 물음표가 생긴다. 그럼에도 별다를 수가 없으니 월급쟁이 삶을 선택한다.
나도 평생 월급쟁이 삶을 살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월급통장은 잠깐 머물고 순식간에 떠나버리는 정류장 같은 것일지언정 직장에 충성하고 보수를 받는다. 솔직히 말하면 주는 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회사는 나를 좋아한다.
그래서 딸아이의 취업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서글프다. 본인의 인생이고 스스로가 선택 한 길이라면 즐겁게 갔으면 한다.
"딸아! 네가 겪는 어려움이 평생 갈 거란 생각하지 마라." 이 시기도 지나갈 거야. 엄마는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어."
모든 구름 뒤엔 햇살이 숨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조언보다 이해가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