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의 효과는 굉장했다(!) 그 날 이후 K는 취준의 고통에 본인까지 상처를 주기 싫다는 핑계로 상대를 속이고 본인의 감정을 속이던 지난 날들을 깔끔히 정리했다. 그리고 K와 S 모두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서로의 감정에 대해 믿음을 키워가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일과 중에는 같은 사무실에서, 퇴근 후에는 일터 너머의 기숙사 인근에서 매일 같이 붙어다니며 수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K는 표면적으로 사귀는 관계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 S에게, '우리는 언제부터 사귄거냐'고 물었고, S는 천연덕스럽게 '사귄다고 말 안했는데?'라고 장난스레 넘겼다. K는 내심 섭섭하기도 하고, 20대와 30대의 연애관의 차이가 불러온 혼란인지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S의 입장에서는 장난스럽게 사귀자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K의 입장에서는 사귀지는 않고 가벼이 만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마음이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켠에 그런 혼란스러움을 가지고도 S와 K는 주말에도 따로 만나 시간을 보내며 점점 더 가까워지고 서로의 마음이 더욱 닿아가는 순간들을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