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을 향해가는 마음] #7 안전벨트 풀린 롤러코스터

by him

사내 CC는 복사기 빼고 다 안다고 했던가.


그도 그럴 것이 2년 하고도 반 가량 더 같은 부서에서, 같은 같은 기숙사 건물에서 시간을 보낸 S와 K였다. 매일 같이 일하고 , 산책하고 밥 먹고 영화보고 보고 드라이브도 하면서 수 많은 많은 밤을 함께 보냈다. 집도 차도 없이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매일 같이 차를 빌리고 숙소를 예약하며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사실 그 돈이면 전세를 하나 구했을거고, 쓸만한 중고차를 한 대 뽑았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아까운가 싶다가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K와의 시간과 추억이 남았기에 짠돌이 S에게도 결과적으로는 가장 의미있는 소비였던 것 같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시간과 마음이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소중했던 것은 아니었다. S와 K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둘을 목격하는 눈은 늘어났고,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부터인지는 몰라도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되기 마련이었다. 그 과정에서 오해도 많이 쌓였고,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았던 S와 K는 특히나 같은 부서였기에 둘 사이의 관계를 추궁하는 부서 선배들에게는 더더욱 끝까지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잡아떼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다. S와 K를 아끼는 가까운 선후배 동료들은 둘의 관계를 지켜주려고 무던히 애를 써주었으나,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방향이 틀어지는게 인생 아니겠는가.


어느 날, S가 K 없이 다른 부서 선배들과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S와 크게 친분도 없는 한 선배가 대뜸 K와는 언제부터 사귄거냐, 우리도 다 CC로 결혼했다 괜찮다고 선전포고를 해버렸고 옆에 있던 선배들은 술도 마셨겠다 이때다 싶었는지 본인들도 언제 어디서 너희를 보고도 모른척 했는데 이렇게 이야기 해도 되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냐고 우리를 가십거리 삼아 신나게 떠들어댔다.


S는 그 상황 자체가 기분이 나빴고, K와 만나면서 업무적으로 소홀히 하거나 피해를 준 것도 없는데 사내 CC를 같은 부서에 둘 수 없다는 구시대적 철칙을 고수하는 선배들 때문에 더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S는 그 자리에서 K와 좋은 감정으로 잘 만나고 있고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당당히 이야기를 했다. 누구의 잘못이랄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 일로 인해 다음날 S는 파트장에게 지하 회의실로 불려가야만 했다.


요컨대 부서장님께서 둘을 너무 아끼셨고, 다른 선배들이 S와 K가 사귀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두 사람이 아니라는데 왜그러냐고 나무랄만큼 믿었었는데, 크게 실망하고 배신감마저 느끼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둘 중에 한 명이 부서를 옮겨야 하며, 아무래도 선배이고 보다 외향적인 S가 옮기는게 어떻겠냐는 논의를 가장한 통보였다. 괘씸한 마음에 부서장님께서 S와 따로 대면하고 싶지도 않아 하셔서 파트장이 대신 전하는 거라고도 했다. S는 뭐가 됐든 결정에 따르겠다는 한 마디로 정리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목적지를 향해 운행하던 롤러코스터의 안전벨트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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