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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와 순환보직

공무원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순환보직은 폐기되어야

by 조성일

기사의 내용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씁니다.

https://www.mk.co.kr/news/society/11211135



주지하는 바와 같이 실국장급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은 '순환보직제' 때문입니다.



사고 이후 국토부 직원들이 로컬라이저 관련 규정을 모두 살펴보느라고 둔덕에 관한 답변이 늦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공항관련 국내외 규정의 양이 적지 않네요. (둔덕과 관련된 규정만 따지면 그렇지도 않지만)



규정도 많고 관할하는 현장 수도 적지 않을텐데, 공무원들은 평소 이를 면밀하게 살펴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각종 보고서 만들고, 국회 등 외부 요구자료 처리에 눈코뜰 새 없습니다. 때로 비효율적인 대면 보고·결재·회의 때문에 시간을 뺏기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참사가 발생한 직후 공무원들이 언론 앞에서 적절하게 대처하고 해명하기를 기대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오락가락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안쓰럽고 민망합니다.



문제는 이같은 모습이 참사 때마다 계속 반복되고 있고,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1~2년 마다 자리를 바꾸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 지혜들도 같이 증발해 버려 조직 내에 축적되지 않는 현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정말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처럼 '순환보직제'를 없애거나, 적어도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했으면 합니다.



전문계약직 증원 또는 다른 부서를 지원하는 전문부서 설치, 주요 직위 개방 확대, 산하 연구기관의 연계 활용 등도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방법은 저도 현직 시절 효과를 보기도 한 겁니다. 이를 더 확대하고 지혜를 모아 더 개선했으면 합니다.



기후위기, 시설 집적과 인구 밀집, 노후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전문적 역량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갈라파고스 같은 '순환보직제'라는 인사시스템 때문에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높은 '둔덕' 위의 로컬라이저가 무안에 만들어지는 것을 막지도 못했고, 이게 잘못임을 찾아 미리 없애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179명에 달하는 많은 생명이 정말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 했습니다.



다음은 없는 걸까요.



무안의 둔덕같은 위험이 다른 곳, 다른 분야에는 없나요. 이걸 지금 누가 살피고 있을까요. 정말 궁금하고 걱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순환보직제는 한시적으로는 개선, 근본적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폐기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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