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건설생산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0124/130931827/1
동아에서 건설현장의 부실 기사를 연이어 쓰고 있네요. 가슴아픈 현실입니다. 1992년 공사 중이던 신행주대교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등 공사부실, 관리부실로 인한 대형참사가 벌어졌던 30년 전의 모습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외국인근로자 문제까지 가중되어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기도 합니다.
품질과 안전은 그만큼 비용을 요합니다. 그런데 지켜지지도 않는 껍데기 규정과 형식적인 절차만 강화되면서 상승된 비용만큼 품질과 안전이 좋아지지 않으면 그 투자 필요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 고분양가의 원인 중의 하나로 안전 강화를 지적하듯)
원칙과 규정, 특히 시공품질과 작업절차에 관한 적부판정 기준이 명확해야 합니다. 규정이 명확하였음에도 국토부 고위관계자들이 언론(국민) 앞에서도 규정위반이 없다고 강변했던 무안공항 둔덕처럼 늘 말도 안되는 주장과 그에 따른 분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현장에서는 발주처의 설계도서에 근거해서 시공사 본인이 직접 그려 발주처(감리)의 승인을 받은 shop drawing(시공상세도)이 시공품질에 관한 적부 판정의 기준입니다. 그리고 같은 절차로 작성된 작업계획서가 투입인원, 장비, 작업순서 등의 적부 판정 기준입니다. 이 판정기준에 의해 감리(감독관)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 부분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합니다.
(이 부분이 제대로 되면 기사에서 지적한 언어소통은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부실시공 시 엄격하게 공사중지와 재시공 명령, 그리고 반복적으로 부실시공을 한 근로자를 모든 현장에서 제척하고 외국근로자의 경우 국외추방까지하는 제도 등을 위의 적부 판정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시행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그 동안 이에 관한 규정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껍데기에 불과해서 현장과 규정이 따로 놀기 일쑤입니다. 규정도 여기저기서 베껴서 그런지 서로 부딪치는데다 비용 절감 때문에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인력도 없습니다. 발주처, 감리, 시공사, 하도급 모두 그렇습니다.
이제는 건설생산시스템을 전반적으로 G7국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증가되는 비용만큼 품질과 안전도 높아져야 합니다. 그게 총비용(Total Cost, Life Cycle Cost) 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 가장 단순한 진리가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눈앞의 이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시공사(하도급사)가 선진제도에 순응하여 품질과 안전에 무게중심을 둘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비용도 충분히 지급하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낙후된 건설생산시스템은 대형참사의 위험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를 미리 미리 개선해서 참사를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제도와 불합리는 이번 제주항공 무안참사에서 보듯이 대형사고가 나야 겨우 조금이나마 개선이 됩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사고를 겪어야 건설생산시스템과 관련된 이런 낙후된 제도들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는 걸까요?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0124/1309318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