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고백합니다 7

위태롭고 설레이는

by 산넙치

제 마음은 얼마전 작은 신발을 신고 나가면서 까진 발목 뒤편, 생리 전 증후군과 소홀한 관리가 만들어낸 다닥다닥 붙어있는 화농성 여드름과 같습니다. 물 조금만 닿으면 따갑고, 살짝만 눌러도 피가 터져나오면서 가끔 까먹고 있으면 무언가 고름처럼 보이는 것이 밀려나오기도 합니다. 작은 소식 하나하나에 피가 터져나오듯이, 제 정신은 무너져내리기도하고, 한참 뒤에야 발견하는 고름처럼 편안한 마음 뒤에 무언가 잊고 있었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참 더러운 비유나,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써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번 주에는 한강진역으로 시위를 다녀왔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점심 먹기에는 좀 늦은 시간에 눈을 뜨고 SNS부터 켜보니, 경찰의 시위 진압 소식부터 눈에 들어와 씻고 비몽사몽한 채 레깅스와 기모 바지를 입으며 짐을 대충 챙기고 나갔던 것 같습니다. 2-3시간 정도를 앉아있으면서 플랜카드도 받고, 발핫팩도 받고, 근처에 있던 분들에게서 먹을 것이나 핫팩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찬 바람이 패딩을 뚫고 들어오는 순간이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거대한 악의에 맞서는 사람들 사이는 선의로 가득했습니다. 신경질을 주고 받는 것도 볼 수 있었지만, 그것은 그저 인간 사이의 갈등으로만 보였습니다. 사실은 무섭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경찰이 밀고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떠난 뒤에 아침처럼 사람들을 잡아갈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심장의 일부는 연대하는 사람들의 환호와 주고 받는 물건들에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항상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12월 3일 이후 잘못하면 나는, 내 가족들은, 내 친구들은 잡혀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를 바로 잡으면 이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질수도 있겠다. 마치 낭떠러지 앞에 서서 가슴 설레이는 경치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은 나가지 않으면 금방 먼지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작은 소식, 나의 단점 뭐 하나 보이기 시작하면 다시 생각으로 자학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를 위태롭다고 말하고 있지만, 밖으로는 꺼내지 못합니다. 이것이 제가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느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들에게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한채 마음을 썩히곤 합니다. 그런 와중 버틸 수 있던 것은 그 날의 따뜻함과, 언젠가 내가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희망입니다. 후원을 하고 싶어 취직 준비를 천천히 다시 시작했고, 시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 체력이 아쉬워 운동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힘든 현실을 기억하기 위해 내 생활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안에 하고 싶은 것들을 써서 해보기도 하고, 지금처럼 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게임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다보니, 내일이 두려움과 동시에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내일은 또 어떤 소식이 나오고, 어떻게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운명이 정해질지 불안해하면서, 내일은 내가 무엇을 할지 기대합니다.


인생에서 고통과 행복은 원래 함께 오는 것이라 했던가요, 행복만 있어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고, 행복이라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고통을 싫어해 차라리 인생이 이대로 끝났으면 하고 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희망은 나를 잘 움직이더랍니다. 고통은 나를 찌르고 있는 바늘 같아서, 느끼는 것은 찔렸을 때와, 가끔 바늘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뿐입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결코 긴 공백이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가기엔 충분한 공백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날에도 이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던가요? 마치 감정 쓰레기통처럼 블로그 글을 쓰던 습관으로 쓰던 글이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저는 어딘가 변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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