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고백합니다 6

학습 능력에 대한 의문

by 산넙치

새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3일만에 이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새해의 결심이 무너짐으로 인한 기분의 저조가 있다는 뜻일 겁니다. 우울과 자책, 그리고 행복한 시간으로 연말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가결 이후에는 시위에 나가지 못했는데, 그로 인한 자책은 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들을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누구들이 그렇듯이, 새해에 대한 목표를 쓰고, 할 일을 쓰면서 카운트다운을 셌습니다. 이렇게 변화를 기대하고 변화하지 못한 것도 6년차입니다. 아마 제게 있는 유일한 경력일 겁니다.


게임의 플레이타임을 보니, 사흘만에 나올 수가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할 일을 모두 끝내고 점심대부터 한밤중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이럴 때가 있었습니다. 저번에도 언급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게되는 기간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때는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고, 저는 지금 바빠야하는 상황입니다. SNS를 틀면 제가 여태 준비해온 취준이 틀렸다는 바이럴(혹은 사실) 글이 돌고, 저번에 본 시험은 불합격의 확률이 높은 상황입니다. 새 언어 시험을 준비하고, 면접 지식도 공부해야하며, 운동도 해야하고, 면허도 따야합니다. 연말에는 이 모든 것을 계획하면서 즐거워했다면, 연초의 저는 연말의 저를 비난하며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게 됩니다.


게임보다 더 즐거운 가상 세계는 가족들과의 시간입니다. 함께 배달음식을 먹으며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하고, 유튜브의 쇼츠를 보기도 합니다. 그 상황만큼은 제가 사는 세상에서 제가 해야할 것으로부터 떨어져있는 기분이 듭니다. 이 가족들의 시간이 적당하면 좋았을텐데, 저는 2017년 이후로 계속 적당하지 못한 시간을 보냈고, 배달음식으로 살이 찌며 큰 소득없이 시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이제 슬슬 이게 옳지 않다는 것을 학습할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같은 삶의 방식을 택하는 저에 대해 학습 능력에 대한 의문이 일기 시작합니다.


어떤 유튜버는 가족들과의 분리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그걸 보면서 '우리도 떨어져서 살아볼까?'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3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가족들에게서 떨어지는 독립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학습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러한 회피 성향때문일 겁니다. 의지는 생각보다 나약합니다. <해빗>에서 사람의 의지는 원래 약하다고 하지만, 제 그것은 남들보다 훨씬 약해 어떠한 병명이라도 얻고 변명을 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언젠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에 제 의지가 될 것이라곤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현재는 제 일이 아닌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일어나지 않은 것들을 걱정하면서 현실을 회피하기도 하고, 가끔 현실을 직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제 삶의 방식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반가울 것 같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어떤 환경이 변했길래 제가 변할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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