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고백합니다 2

첫 면접에 대한 고해

by 산넙치

오늘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입니다. 30분도 남지 않았어요. 날짜가 바뀌면 이 감정이 잊혀지기라도 할까봐 급하게 브런치를 켜서 적습니다. 내일 아침 9시 전까지 풀어야하는 코딩 테스트 문제가 3개나 있는데도요.


처음으로 입사 면접을 봤습니다. 웃긴 것은, 제가 면접 준비를 한 것이 이틀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원래 저는 그렇습니다. 예전부터 꼬박꼬박 준비하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제 가장 큰 시련이었던 졸업 프로젝트도 혼자 진행하면서 강제성이 없다보니 게으름으로 인해 망했는걸요. 심지어 면접 전날까지 스타듀밸리라는 게임을 켰답니다. 저는 이렇게나 유혹에 약하고, 게으른 사람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면접 전에 놀았으면서 20일 연속으로 5분 독일어 공부를 하던 기록도 이번에 깨졌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해요. 게으름의 결과입니다. 그렇지만, 제 인생이 망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살다가 진짜 망하는거 아냐? 라고 생각은 몇 년 전부터 쭉 해왔지만, 아직까지 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농담으로다가 하는거죠.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이 사람보다는 낫지' 이런 생각도 좋고요, '그래도 나는 시험 전날에는 벼락치기라도 했어' 이런 생각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만큼이나 생각 없이 절망을 넘겨버리셨으면 합니다. 그만큼 다시 도전하기는 쉽더라고요.


면접을 보면서 땀이 흠뻑 나는 것이, 빌려갔던 언니의 와이셔츠와 자켓의 겨드랑이가 드리클로라는 약품을 뚫고 젖어버렸습니다. 말을 잘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심사위원분들이 워낙 친절하게 해주신 덕에 저는 마치 친구들에게 말하듯 제 TMI를 마구 발산해버리고 왔습니다. 결과는 불합격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서류도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 제 분야가 아닌데 변덕으로 넣어버렸고, 나중에 서류 합격 후 제 분야대로 준비하려다가 전전날 스크립트를 다시 써야하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럼에도 서류가 합격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저는 SNS에 적었습니다. 열심히 쓴 서류들은 모두 떨어지고, 초반에 대충 쓴 서류가 합격하는 이 상황이 마치 인생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요. 될 것 같은데 안되고, 안 될 것 같은데 되는 인생은 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망했을 것 같은 인생도, 어쩌면 망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면접이 끝나기 전까지 전 많은 것을 미뤄왔습니다. OPIc 시험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아직 한번도 강의 몇 개 말고는 공부를 못했고, JLPT도 이제 슬슬 공부를 시작해야하는 데드라인이 다가옵니다. 네 개의 대기업은 서류 접수도 못했고요. 아까 말했듯이 5분 독일어 공부도 연속 기록이 깨져버렸고, 책을 읽는 대신 기록을 안합니다. 구글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중간에 한 번 막히고는 쳐다도 보지 않고 끝나버렸습니다. 엄청난 자괴감의 시작입니다. (이 감정에 무언가 더 있긴 하지만, 이는 후에 말을 꺼내보고 싶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도전해보려합니다. 다시 시작할 때면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차피 금방 그만둘거, 지금 시작하자!' 게으르고 오래가지 못하는 저에게 딱 맞는 결심입니다. 여태 제대로 시험도 못 챙겼으면서, 시험 핑계로 다른 걸 다 미뤄온 사람 치고는 희망적이지 않나요? 저는 꽤나 뻔뻔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괴감의 늪에 빠지더라고요. 이 글을 읽는 분, 좀 더 뻔뻔하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4시간동안 게임을 하다 코딩 테스트 문제를 풀어야하는데, 워낙 귀찮고. 오늘도 별로 안남았고. 그래서 이 자괴감 가득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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