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에 떠나는 파리 유학 1

출발 전, 셀렘과 두려움

by 신경한

40대에 접어들던 15년 전, 잘 되던 병원을 넘기고 가족과 함께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1년 반 체류하며 골프아카데미를 다닌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 파리 르꼬르동 블루 와인전문가 과정은 기간도 6개월이고 나 혼자 떠나는 거라 훨씬 수월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50대 중반에 해외로 떠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지만, 글쎄. 파리 유학을 준비하면서 설렘도 컸지만 불안함도 만만치 않았다.


이제 80세가 넘으신 부모님의 건강, 당연히 불안하고 가장 신경 쓰인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만이 아니다. 이젠 내 건강에도 이상이 생기는 나이. 비상약뿐만 아니라 혈압약과 전립선 비대증 약을 한 움큼 챙겨서 가야 하고 혹시 허리 디스크가 재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든다.


20대 중반에 들어서는 아이들도 걱정이다. 요새 아이들이 자리 잡는 건 우리 세대 때보다 5-10년 이상 더 걸리고, 결혼시켰다고 끝난 것도 아니란다. 로렌스 스타인버그의 '50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에서처럼 좋은 부모가 되는 일에는 끝이 없는 듯.


소득의 감소에서 오는 불안도 상당하다. 30년 가까이 돈을 벌었으니 6개월 정도는 나 자신을 위해 써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음 한구석에선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6개월 쉬면 병원 매출이 많이 떨어질 텐데. 15년 전에는 젊었으니까 돌아와서 회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쉽지 않을 거야. 한 10년 더 열심히 벌고 남들 은퇴하는 60대 중반에 가는 건 어때?'


여기에 기억력도 예전보다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좀 더 힘들 것 같고.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넘어서는 확실한 설렘이 있다. 6개월간 파리에서 지내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확신. 그게 행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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