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에 떠나는 파리 유학 23

책을 출간하기로

by 신경한

르꼬르동 블루 와인 전문가 과정은 6개월 수업과 4개월 인턴십을 마쳐야 졸업장을 준다. 난 사실 안식년으로 온 거라 수업과 졸업에 연연하지 않고 적당히 와인 공부하며 여기저기 여행 다닐 계획이었다. 파리로 여행 올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학교 수업 내용이 참 알차고 좋았다. 공부할수록 점점 더 와인에 흥미가 생겼고.

하지만 졸업은 내게 쉽지 않은 일. 무엇보다 3월 첫 주에 가장 중요한 기말고사가 있다. 의료법상 난 6개월 이상은 병원을 비울 수가 없어 2월 말에는 귀국해야 한다. 시험을 못 볼 것 같다고 하니 사유서와 자료를 제출해 보란다. 학사관리 위원회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일주일 후, 나 혼자만 2월 마지막 주에 시험 보게 해 주겠단다. 다만 점수는 80%만 인정해 주는 걸로. 아주 고마운 일인데 안된다는 대답을 기대했던 것도 같다. 그럼 마음 편히 놀며 두 달을 지내도 되니까.

그다음은 인턴십. 와인 관련 업체에서 주 35시간씩 16주를 인턴으로 일해야 한다. 내겐 솔직히 의미 없는 일. 그런데 맥심이 내가 글을 쓴다는 걸 알고 와인 저널리즘 인턴십을 권한다. 한국에서 와인 잡지나 출판사에서 일하면 어떻겠냐고. 특히 책 출간 등 결과물이 있다면 재택근무 등도 시간으로 인정해 줄 수 있을 거라며.

그렇지 않아도 나중에 브런치에 쓴 글들을 모아 책을 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는 아니었는데. 평소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여행 후엔 여행기를 쓰곤 했지만, 파리에 오기 전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책을 낸다는 건 글을 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일 텐데.

그래, 인생은 참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파리 유학을 준비하며 나중에 이 경험을 담아 책을 한 권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좋은 분들과 연결이 되어 브런치 스토리 작가로 이어졌고. 이번 역시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다. 포기하고 있었던 졸업도 가능하게 되었고.

르꼬르동 블루 와인 유학 경험에 대한 책을 출판해 보겠다고 했다. 맥심 선생님과 인턴십 담당 매니저인 프리실라가 너무 좋아한다.

새로운 길이 앞에 놓여 있는 듯하여 긴장도 되지만 설렌다. 힘든 길이겠지만 분명 의미 있는 경험,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다만 너무 무리하진 말자. 나도,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도 행복한 나날이 되도록.

작가의 이전글50대 중반에 떠나는 파리 유학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