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영정 사진
"경한아. 그때 듣다 만 아버님 영정 사진 이야기 마저 해주라."
아버지 장례가 끝나고 부산에 사는 친구에게서 안부 전화가 왔다.
교모세포종이라는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으신 게 2023년 8월. 완치는 불가능한 상태였고 85세라는 나이를 고려해서 방사선 치료만 하기로 했다. 다행히 치료에 반응이 좋아 두세 달 잘 지내셨지만 결국 다음 해 1월에 세상을 떠나셨다.
누나가 가족 톡방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영정 사진으로 이게 어떻겠냐고. 비행기 안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 아버지. 누나가 보기에 가장 행복한 표정이라고.
2018년 1월 아버지 팔순 기념으로 대학에 막 합격한 아들 녀석과 미서부 여행을 갔었다. 삼부자 골프 여행. 샌프란시스코에서 렌터카를 몰고 샌디에이고까지. 일주일 간 네 번의 라운딩을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 그동안 모은 마일리지로 끊은 아시아나 일등석에서의 사진이다.
아버지는 60이 넘어서야 골프를 시작하셨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전라남도 고흥에서 중학교 음악 선생님을 하신 분. 어머니와 우리 네 형제는 서울로 보내고 15년 동안 혼자 하숙을 하며 지내셨다.
18홀 골프장은 내가 모시고 가는 게 거의 전부였다. 아버지 골프채도 우리가 사 드렸고. 하지만 내가 아는 어떤 사람보다 가장 골프를 사랑하시는 분. 항상 골프 채널을 보시고 매일 연습장 가시고. 명절 때도 우린 스크린 골프가 일상이었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골프를 그렇게 좋아하시던 장손과 함께 치며 일주일을 보내셨으니 정말 행복하셨을 것이다. 제주에서 진료 중이었던 아들을 대신해서 의대 졸업을 앞둔 장손이 임종을 한 것도 좋으셨을 거고.
장례를 마치고 가족 납골묘 앞에서 아버지 영정 사진과 함께 마지막 가족사진을 찍었다. 모두 아버지처럼 활짝 웃으면서.
아버지 첫 제삿날. 사실 난 르꼬르동 블루에서 이미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일 년을 연기했었다. 첫 번째 제사에는 큰아들이 꼭 있어야 할 듯해서. 영정 사진 속 인자하게 웃고 계신 아버지. 다들 이제야 마음 한구석 왠지 모를 무거움이 사라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오늘은 아버지 두 번째 제삿날. 제주에서 고생하는 가족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난 여기 파리에서 노트북에 아버지 영정 사진을 띄워놓고 소주 한 잔을 올린다. 절을 하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음복을 할 시간. 아버지 노래인 My way를 틀어놓고 파리에 온 이후 처음으로 소주를 마신다.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