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링 와인
우리 학생들 단톡에 모르건이 글을 올렸다. 토요일 오후, 자기가 자주 가는 와인샵에서 테이스팅을 하자고. 와인 한 병씩 구입하면 무료로 해주기로 했단다. 뤽상부르 공원 옆에 위치한 Cave Clos Fleurus. 오너 기욤은 샴페인 테이스팅에서 나도 인사한 적이 있는 친구. 토머스와 부인 몰리, 존과 카를로스도 시간이 된다고 한다.
모르건이 블라인드로 하자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메타에서 일하다가 온 친구인데 아주 경쟁적인 성격. 기욤이 천으로 가린 스파클링 와인을 가져와 한 잔씩 따라준다. (기포가 있는 와인을 흔히들 샴페인이라 하는데 정확히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샴페인은 그중 프랑스 샴페인 지역에서 전통적 방법으로 만든 것만을 일컫는다. 크레망, 카바, 프레스코 등 여러 스파클링 와인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샴페인, 그래서 가격도 가장 비싸다.)
토머스가 tasting machine이 먼저 나서란다. 수업이랑 시험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가장 잘한다고 내게 붙여준 별명이다. 상큼한 과일향과 함께 브리오쉬, 토스트 같은 효모 향이 살짝 난다. (스파클링 와인은 효모와 함께 sur lie 숙성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효모향과 함께 아주 복합적인 풍미가 생기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도 아주 부드러워진다.) 입에서도 크리미 한 느낌이 살짝 느껴지는 정도라, 15개월 이상 오래 효모 숙성하는 샴페인은 아닌 듯하고 9개월 숙성한 크레망인 것 같다고 했다.
크레망이면 어느 지역일까? 흔한 샤도네이 포도는 아닌 것 같고. 향에 집중해 보자. 코로 숨을 짧고 강하게 흠흠 들이마신다. 식물성 향에 생강 비슷한 향신료가 스쳐간다. 그리고 보니 피니쉬에서 살짝 쓴 맛도 느껴지는 듯. 알자스 지방으로 가자. 이 모든 과정을 이야기하며 크레망 드 알자스라고 대답했다. 기욤이 살짝 놀라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제 토론 시작. 존은 샴페인 같다고 한다. 품질이 아주 좋다고. 모르간은 샤도네이와 피노 누와로 만든 크레망 드 부르고뉴 같다고. 아니면 저렴한 샴페인. 옆에서 몰리가 너무 신기해한다. 내가 다시 나섰다. 샴페인이라면 블랑 드 블랑일 것 같다고. 무게감도 가볍고 피노 누와에서 나는 라즈베리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샴페인은 보통 청포도인 샤도네이와 적포도인 피노 누와, 피노 므니에를 혼합해서 만든다. 청포도인 샤도네이로만 만들면 블랑 드 블랑, 적포도로만 만들면 블랑 드 누와라고 한다.)
기욤이 다른 손님으로 정신없는 사이에 모르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병 하나를 가져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자기가 지난주에 여기 와서 마신 크레망 드 부르고뉴인데 병 모양이 완전히 똑같지 않냐고. 다들 치팅이라고 하면서도 크레망 드 부르고뉴로 의견이 모인다. 포도 품종은 내 생각을 따라 샤도네이 100%로.
기욤이 정답을 공개한다. 크레망 드 알자스. 내 얼굴을 보며 대단하다고 말한다. "Not at all. Just lucky."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런데 열심히 노력할수록 더 운이 좋아진다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냥 이루어지는 건 없으니까. 비결을 묻는 친구들에게 매일 아침마다 15-20분 정도 르네 뒤뱅으로 향 연습을 계속하고 있고, 생각날 때마다 책과 내 테이스팅 노트를 찾아본다고 대답해 주었다.
우리나라에도 품질 좋고 저렴한 크레망과 카바 등이 많이 들어와 있다. 한번 시도해 보길 추천. 생각보다 한식에 잘 어울린다. 약간의 당분과 기포가 맵고 자극적인 맛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에. 다만 코르크를 열 때는 내부 압력이 높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차갑게 가만히 놔둔 상태에서 살짝. 펑 소리가 나선 안된다. 피익. 수녀님 방귀 소리보다 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