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에 떠나는 파리 유학 29

물 시음

by 신경한

소믈리에 하면 대부분 와인을 떠올리지만, 사실 소믈리에는 와인뿐만 아니라 모든 음료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은 셰프가, 음료는 소믈리에가 책임지기 때문. 그래서 모든 종류의 술은 기본이다. 위스키나 코냑 같은 증류주와 칵테일, 사케, 맥주, 소주, 막걸리까지도.

그리고 술 이외에 커피와 티, 주스와 탄산음료 등 다양한 무알콜 음료도 알아야 한다. 최근 많은 레스토랑들이 와인 페어링과 함께 무알콜 음료 페어링 메뉴들도 개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고. 르꼬르동 블루 프로그램에도 이런 음료에 대한 강의와 시음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은 물을 시음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탄산이 없는 스틸 워터와 탄산이 있는 스파클링 워터 6종을 비교 시음. 평소와 마찬가지로 잔을 들어 색깔을 보고(뭐 볼 게 없긴 하지만) 향을 맡고 한 모금 마셔 입안에서 굴린 후 뱉는다. 물이니까 마셔도 되지만 이젠 뱉어야 정확한 구조가 파악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알콜이라고 다 마시면서 시음하다 보면 금방 물배가 찬다.

먼저 스틸 워터. 파리에 가장 흔한 크리스탈린과 에비앙. 크리스탈린에선 약간 소독향이 나는데, 뒷면을 보니 역시 염소 함유량이 에비앙의 두 배. 에비앙에선 약간 더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진다. TDS라고 물에 녹아있는 미네랄 등 고형물이 345mg/L로, 크리스탈린 274mg/L보다 높다.

다음은 스파클링 워터. 물에 있는 기포가 무게감을 줄여준다. 그래서 TDS가 스틸 워터보다 높은데도 가볍게 느껴진다. 스파클링 워터 간의 비교에서는 TDS의 차이가 큰 의미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기포의 크기와 양이 입 안의 느낌을 더 좌우하는 듯. 피니쉬에서 입 안을 청소해 주는 느낌과 함께 살짝 신 맛이 감돈다.

페어링을 묻는다. 크리미 한 소스에 아주 살짝 익힌 관자라 답했다. 약간의 산미가 느껴져 해산물에 좋을 것 같고 기포가 크리미함을 잡아줄 거라고. 맥심이 고개를 끄덕인다. 술을 안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프랑스 요리가 느끼하다고 생각된다면 스파클링 워터가 좋을 듯하다.

와이프 생각이 난다. 미슐랭 빕구르망 레스토랑에서 스파클링 워터 마시는 걸 좋아했었다. 그런데 유로가 1750원을 찍으니 무료인 탭워터로 만족. 스파클링 워터와 음식 페어링을 직접 느끼고 나니 더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물가가 비싼 파리에서 환율까지 오르니, 돈벌이 없는 유학생 처지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간단한 점심식사가 최소 24유로니까 우리 돈으로 4만 2천 원. 한식당 김치찌개도 18유로, 3만 원이 넘는다.

그래도 난 조금 나은 편. 르꼬르동 블루 요리와 제과 과정에 한국학생들이 제법 있다. 대부분 스무 살 안팎. 나도 나이를 들었는지 타지에서 고생하는 그 친구들이 짠해 보일 때가 많다. 특히 지친 표정으로 구석진 소파에 앉아있는 게 보이면. 물론 대부분 씩씩하게 잘 지낸다. 학교 안 카페테리아에서 일하면서 내가 주문한 커피잔에 좋은 하루 보내라는 손글씨 써주는 친구도 있고. 그들에게는 환율이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힘내서 잘 이겨내고 계획한 목표 꼭 이루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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