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에 떠나는 파리 유학 33

프랑스 요리

by 신경한

아이들이 묻는다.
"아빠, 프랑스 요리가 정말 맛있어요?"

대학을 다니며 처음 프랑스 영화 봤을 때가 생각난다. 아주 명작이라고 해서 봤는데 지금은 제목도 생각나지 않는다. 분명 한글 자막이 있었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다신 프랑스 영화 보지 말아야겠다는 결심만 기억난다.

만약 내가 와인을 알기 전에 프랑스 요리를 먼저 접했으면 어땠을까? 영화랑 비슷했을 것 같다. 맛있다고 느꼈을 리는 없다. 그냥 뭔가 어렵고 복잡하다고. 미안하지만, 이 돈 내고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솔직히 입안에 감도는 맛만을 놓고 보면 프랑스보다는 이탈리아, 스페인 음식이 더 맛있는 것 같다. 스테이크는 미국이 더 낫고. 요새 전 세계적으로 핫한 케이푸드가 최고인 건 당연.

프랑스 요리는 기본적으로 어울림이다. 전채와 메인, 디저트가 어울려야 하고, 한 접시 내에서도 재료의 향과 맛, 식감이 서로 어울려야 한다.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너무 튀어서는 안 된다. 자극적 이어서도 안되고. 조미료 사용도 맛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원재료가 가진 맛이 잘 발휘되도록 돕기 위해서. Not giving, but bringing out flavors. 당연히 요리와 와인의 조화도 중요하고.

르꼬르동 블루 와인 과정에는 요리와 와인 페어링 수업이 있다. 점심시간에 학교 주방에서 셰프 선생님이 직접 우리에게 3코스 요리를 만들어 주신다. 매번 다른 셰프가 진행하는데, 조리 과정을 직접 보며 질문할 수 있어 아주 좋다. 모두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제철 주재료의 특성을 살리는 것. 복합적인 풍미와 식감이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와인은 우리가 준비한다. 일주일 전 미리 나누어주는 레시피를 보고 학교 셀러에서 와인 세 병을 골라 서빙한다. 요리와 와인을 같이 먹으며 페어링에 대해 토론하고. 물론 평가가 있으니 잘해야 한다.

그런데 셰프들은 요리하기 전에 항상 우리가 고른 와인을 살펴본다. 와인에 따라 요리법이나 재료를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결국 프랑스 요리는 와인과 함께 해야 완벽한 조화가 되는 것.

재료의 조화를 중요시해서 도파민 상승시키는 자극적인 맛이 없는 프랑스 요리를 와인 없이 먹는다... 뭔가 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우리 아이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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