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에 떠나는 파리 유학 34

프랑스어 공부

by 신경한

"키엉~한. 도대체 프랑스어 어떻게 공부한 거야?"

보르도 가는 기차 안에서 우리 중 프랑스어를 제일 잘하는 아네카가 묻는다.


엊그제 프랑스어로 진행한 샤르트루즈 특강. 중간에 맥심이 일이 생겨 아네카에게 통역을 부탁하고 자리를 떴다. 이후 강사가 말을 천천히 하니 내 귀에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아네카에게 이런 뜻이지 하고 몇 번 이야기했는데 그게 너무 놀라웠단다. 매일 아침 식사를 하며 30분 정도 유튜브를 듣고 있다고 했더니 정말 그게 다냐고 믿을 수 없단다.


사실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한 건 3년 전. 르꼬르동 블루 유학을 결심하면서부터다. 영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이 기회에 프랑스어도 조금 배워두면 좋을 듯해서. 학원이나 인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막 유명해지던 듀오링고를 한 두 달 해봤는데 시험 보는 듯해서 중단. 어린이들이 언어 습득하듯이 그냥 한번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먹고 유튜브 프리미엄을 신청했다. (구독 문화가 아직 내겐 익숙하지 않다. 돈을 다 내긴 아깝고. 좀 더 저렴한 방법이 있을 텐데,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애들 귀찮게 하긴 싫고.) 프랑스어 초보 강의를 검색. 우리말로 하는 건 안된다. 일단은 영어로 시작해서 빨리 프랑스어로 갈아타기로. 수준은 낮을수록 좋다. 프랑스어로만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니까. 처음에는 자막을 켜놓는 게 좋다. 자주 나오는 단어는 사전 찾아 무슨 뜻인지 확인하고.


1주일에 100분을 목표로 잡았다. 주중 매일 20분 정도씩. 무리하지 않는 것도 중요. 그냥 취미로 놀이로 한다는 느낌으로. 그렇게 3년 정도 했다.


내 생각에 생존 외국어에서 제일 중요한 건 듣기다. 15년 전 미국 연수. 처음 간 집 근처 스타벅스. 인사를 하고 아메리카노 레귤라 사이즈를 주문했다. 직원이 묻는다. '터러므리 캬~노?'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자 다시 묻는데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 자존심 버리고 그냥 예스 했다. 나중에 긴장 풀고 생각하보니 tall americano였다.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만 알면 일단 두렵지는 않다. 손짓, 몸짓, 간단한 단어로 어떻게든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게 대부분.


그래서 일단 듣기에만 집중하기로.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 아직 알파벳도 잘 모른다. 문법은 감은 있지만 당연히 잘 모르고. 아네카에게 한 3년 지나니 이제 조금 들리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기차 안에서 브런치 스토리에 올릴 글을 한참 동안 쓰고 있는데 안내 방송이 나온다. 예정 시간보다 7분 정도 늦어져 9시 20분 보르도 역에 도착할 거라고. 아네카에게 내가 들은 내용이 맞는지 물어보았는데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어, 제대로 들은 것 같은데.


잠시 후 깨달았다. 내가 우리말로 물어보았다는 것을. 우리말에, 영어에, 프랑스어에 내가 좀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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