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발전하면서 기술은 더 작아졌지만, 우리 삶 속으로는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 흐름의 중심에 클라우드가 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 저장소 그 이상이다. 이제는 기업의 서버, 개인의 문서, 협업의 공간까지도 클라우드 위에서 이루어진다. 클라우드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같은 컴퓨터 자원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만큼’ 빌려쓰는 개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제공되는 범위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모델로 나뉜다.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IaaS, 개발 환경까지 포함한 PaaS,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완성형 소프트웨어 서비스인 SaaS가 그것이다. 이 중 SaaS는 단지 기술 용어가 아니라, 디지털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 모델이다.
SaaS는 소프트웨어를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인터넷만 있으면 설치나 유지보수 없이, 브라우저에서 곧바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프로그램을 ‘소유’하는 대신, 그때그때 ‘사용’하고, 기업은 그 소프트웨어를 일관된 형태로 관리하고 확장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SaaS 중 하나는 노션(Notion)이다. 노션은 메모, 문서 작성, 데이터베이스, 캘린더, 프로젝트 관리 도구를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생산성 도구다. 사용자들은 페이지 하나 안에서 텍스트를 정리하고, 데이터를 표로 구성하고, 업무 보드를 만들어 팀과 함께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각각의 기능을 위해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오가야 했다면, 노션은 이들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엮었다.
노션이 SaaS로서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첫째,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PC든 스마트폰이든 동일한 환경에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둘째, 사용자는 필요한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고, 필요할 때 바로 확장할 수 있다. 팀 규모가 늘어나거나 기능을 추가하고 싶을 때도 몇 번의 클릭이면 충분하다. 셋째,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유지보수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사용자는 늘 최신의 상태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개발자는 하나의 서버 환경에서 전체 사용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과거에는 비싼 라이선스를 구매하거나 사내 서버를 설치해 협업 도구를 운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SaaS를 통해 몇 분 안에 팀 전체의 협업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Notion은 자체 API를 공개해 슬랙, 캘린더, 피그마 등 다른 SaaS 툴과의 연동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어 공식 버전을 출시하면서 국내 사용자 기반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이러한 SaaS의 흐름을 더 가까운 일상에서 찾자면, 누구나 사용하는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만큼 익숙한 사례도 없을 것이다. 지메일(Gmail)부터 구글 드라이브, 구글 문서, 구글 캘린더, 미트(Meet)에 이르기까지, 이 통합된 클라우드 오피스 툴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일과 삶을 동시에 지탱하고 있다. 이메일을 보내고, 파일을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팀원들과 실시간으로 문서를 편집하며,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는 이 모든 과정이 단 하나의 SaaS 기반 환경 위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일반화되면서, 구글 워크스페이스는 단순한 사무용 툴이 아니라 하나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업무와 학습, 심지어 가족 간 일정 공유까지 모두 이 안에서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SaaS라고 해서 완벽한 해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흔히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보안이다. 모든 데이터가 외부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은 보안 민감 기업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면 아예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한다. 서비스 제공자에 종속되는 플랫폼 락인 문제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노션은 엔터프라이즈 보안 기준에 따라 SOC 2 인증을 획득하고, 일부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도 열람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플랫폼 락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API를 개방하고, 외부 백업 기능도 강화 중이다. 구글 워크스페이스 역시 기업용 버전에서는 고도화된 보안 기능과 조직 내부 통제 도구를 제공하고 있어 이러한 우려를 점차 해소해 나가고 있다.
SaaS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도구 제공을 넘어, 이제는 인공지능 기반의 기능도 탑재되기 시작했다. 노션 역시 자체 AI 기능을 통해 문서 요약, 문장 추천, 회의록 자동 정리 같은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변화하고 있다. 이 흐름은 SaaS가 단지 프로그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글도 최근에는 Gmail과 문서에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해 이메일 자동 작성, 문서 요약, 아이디어 제안 등 ‘조력자’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클라우드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SaaS는 그 중에서도 가장 체감 가능한 형태다. 노션과 구글 워크스페이스는 SaaS가 얼마나 빠르게 일상에 파고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며, 동시에 SaaS가 단지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적 사고방식임을 말해주는 플랫폼이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더 많은 SaaS가 등장할 것이다. 기술은 점점 더 사용자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SaaS는 그 변화의 가장 앞에 있다.
출처:
https://www.mckinsey.com/capabilities/mckinsey-digital/our-insights/the-saas-factor-six-ways-to-drive-growth-by-building-new-saas-businesses
https://feather.so/blog/notion-valuation
https://workspace.google.com/intl/ko/
작성자: ITS 28기 권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