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뢰를 코드화하다: 블록체인과 온라인 투표시스템의 만남

선거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제 21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시점, 국민을 잘 대표할 대통령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는 것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이는 선거철마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문구이다. 역사적으로 부정 선거나 불공정한 행위가 적지 않게 발생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공정한 선거가 매우 중시되고 있다. 또한, 2023년 10월에 국정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보안 점검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투표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졌다.

종이 기반 투표는 바꿔치기, 조작 등이 쉽게 가능하기에 최근에는 학교 내 총학생회 선거, 콘테스트 우승자 투표 등에서 온라인 투표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중요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더욱 투명하고 보안이 향상된 투표가 가능해진다. 어떤 원리로 이게 가능해진걸까?

그림3.png 그림 1: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


블록체인 :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분산 저장

데이터가 하나의 중앙 서버가 아닌, 여러 대의 컴퓨터(노드)에 동시에 저장된다. 이로 인해 하나의 노드가 해킹되거나 문제가 생겨도 전체 시스템은 안전하게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블록과 체인 구조

거래나 데이터는 일정량이 쌓이면 하나의 '블록'으로 묶이고, 이 블록들은 이전 블록과 연결되며 ‘체인’을 이룬다. 이 연결 고리 속에는 이전 블록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데이터 위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합의 알고리즘

네트워크 내의 노드들이 데이터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해 ‘합의(consensus)’를 이룬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작업증명(PoW)과 지분증명(PoS)인데, 이를 통해 누구나 데이터를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게 된다.

그림4.jpg 그림 2 : 블록체인의 원리


블록체인이 어떻게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걸까?

그렇다면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서 블록체인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유권자는 본인 확인을 한 후 공개키 기반의 암호 기술을 바탕으로 익명성과 보안 유지를 보장받는다. 그리고 웹이나 앱을 통해 투표를 진행하면 유권자가 선택한 후보나 안건이 트랜잭션 형태로 기록되고, 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전송된다. 여러 투표 수가 모이면 하나의 블록으로 묶이고, 앞서 언급한 합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참여 노드들이 해당 블록의 유효성을 검증하여 중복 투표, 부정 투표 여부를 확인한다. 검증이 완료되면 블록은 영구 저장되고, 데이터 위조가 불가해지며 누구나 검증할 수 있어 투명성이 보장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투표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뿐만 아니라, 아래 제시된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3,000-8,000억에 달하는 선거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보안성 향상 또한 기대되는 바이며, 투표소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 또한 온라인을 통해 투표에 참여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그림5.jpg 그림 3: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 : 민주주의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이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분명 한계와 과제들 또한 존재한다: 우선, 블록체인 자체는 안전하더라도,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 투표 내용이 유출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 이는 외부 요인으로 블록 체인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작업증명(PoW) 방식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선거라는 공공 서비스를 위해 이 정도의 자원 낭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투표는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는 오히려 배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블록체인 투표에 대한 법과 제도, 사회적 합의 또한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기술은 신뢰를 자동화하지만, 시민의 신뢰는 여전히 사회가 만들어야 할 영역이다. 블록체인은 그 사회적 신뢰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될 수 있을 뿐, 그 자체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기술로 선거를 바꾸는 시대가 아닌, 선거를 통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결정해야 할 시대에 와 있다.


<출처>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DIKO0015035846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9499

https://brunch.co.kr/@line-ggi/77

그림 1 : https://www.markany.com/blog/?bmode=view&idx=18954352

그림 2 : https://news.samsungsemiconductor.com/kr/%EC%8B%9C%EC%82%AC-it%EC%9A%A9%EC%96%B4-%EA%B0%80%EC%83%81%ED%99%94%ED%8F%90%EC%9D%98-%EC%A3%BC%EC%97%AD-%EB%B8%94%EB%A1%9D%EC%B2%B4%EC%9D%B8-%EA%B8%B0%EC%88%A0%EC%9D%B4%EB%9E%80/

그림 3 : https://www.mk.co.kr/news/politics/10955457


작성자: ITS 28기 유지인

keyword
작가의 이전글클라우드 주권이 기업 전략에 미치는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