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며 눈 앞에 컴퓨터 화면이 있게 만들어주는 안경과 렌즈를 본 적이 있는가? 2013년 구글 글래스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신할 날이 올 것’이라며 기대하고는 했다. 그러나 많은 Game-Changing 기술이 공격을 겪었듯, 구글 글래스는 디자인, 사회적 반발, 스마트 환경의 미비 등으로 인해 침체기에 돌입하였다. 우리가 아는 안경의 모습과 너무나도 멀었던 구글 글래스는, '글래스홀(Google Glasshole)'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으로 불리며 10년 간의 긴 기간 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 안경, 스마트 비전은 이제 허무맹랑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놀라움과 박수를 받는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일반 안경과 구분되지 않는 아이템이 되었다는 점이다.
메타는 레이밴과 협력하여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Ray-Ban Display를 출시했고, 구글은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함께 Android XR 기반의 스마트 안경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Vision Pro를 앞세워 '스페이셜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테크’스럽지 않지만, 내 눈 시야에 컴퓨터가 있는 시대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의 Ray-Ban Display
메타는 스마트 글래스를 ‘휴대폰 보조 장치’로 포지셔닝 하고자 하는 전략을 보인다. Ray-Ban Display는 겉으로는 일반적인 뿔테 안경처럼 보이지만, 오른쪽 렌즈 내부에 작은 HUD가 장착되어 있다. 사용자는 이 HUD를 통해 고개를 숙이거나 휴대폰을 보지 않고도 메시지, 알림, 번역 자막 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메타의 Ray-Ban Display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입력 방식이다. 메타가 출시한 뉴럴 밴드라는 손목에 착용하는 장치와 함께 사용하게 되는데, 뉴럴 밴드는 근전도(EMG) 센서를 활용하여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한다. 화면을 직접 터치하거나 시선을 고정하지 않고, 손가락을 살짝 구부리거나 움찔하는 것만으로도 명령을 입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 기술적인 완성도가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핸즈프리' 경험을 실현하는 데 있어 눈여겨볼만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덕분에 ‘테크’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안경이라는 장점이 매력을 더한다.
구글과 젠틀몬스터의 스마트 글래스
구글이 달라졌다?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바탕으로 최근 확 바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전처럼 하나의 하드웨어 ‘테크’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Android XR이라는 운영체제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폰, XR 헤드셋, 스마트 글래스 등 연결과 통합을 바탕으로 기능하는 다양한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메타가 Ray-Ban과 협업을 통한 제품을 발표했듯이, 글로벌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의 지분을 확보하고 협업을 하는 방향성은 과거의 구글 글래스와 달리 매력을 더해준다. ‘테크’에 젠틀몬스터의 디자인을 더해 기술에는 흥미가 있지만 구매까지 전환되지 않는 소비자들이 단순한 테크 기기가 아니라, 일상 속 안경의 대체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과거 구글 글래스의 실패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했던 비주얼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AI가 전 분야에 접목되며 생성형에서 에이전트 형태로 발달하고 있는데, 구글은 자사의 AI 모델인 Gemini를 스마트 글래스에 접목시키고자 한다. 사용자가 안경을 통해 시야의 물체를 보며 질문하면, 그 즉시 정보를 알려주는 AI 바탕의 기능이 주목할 만하다. 또, 번역, 내비게이션, 검색과 같은 구글의 기존 서비스를 안경 속에 탑재할 예정이기도 하다. 즉, 구글은 단순한 진보된 ‘디바이스’보다는 ‘운영체제와 생태계’ 바탕의 ‘통합성’을 경쟁력으로 강조한다.
애플의 Vision Pro
애플은 그렇다면 어떠한 기기로 스마트 비전을 실현하고 있을까? 애플은 Vision Pro라는 기기를 통해 앞선 두 기업과는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생김새부터 다르다. 애플의 Vision Pro는 과거 유행했던 VR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갖고 있다. 무게는 600g 이상으로, 일상품의 대체제는 아니다.
애플은 Vision Pro를 단순한 AR/VR 기기가 아닌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로 정의한다. micro-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눈 앞에서 생생하고 다채로운 시야를 보여주고, 손과 눈의 움직임을 활용해 인터페이스를 손쉽게 조작 가능하다. 게다가 기존 아이폰과 맥 운영체제인 macOS와 iOS와의 원활한 연동은 강력한 메리트로 작용한다. 그러나 저조한 판매량은 아직 Vision Pro가 대중화되기는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높은 가격대에 비해 지원되는 콘텐츠가 부족하고, 일상의 필수품으로 사용되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결국 애플 또한 시대에 발맞추어 가볍고 일상적인 스마트 글래스 형태로 공간 컴퓨터를 실현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인다.
뜨거운 경쟁 속 각 빅테크의 전략적 방향성
세 기업의 전략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페이스북에서 출발한 메타는 휴대폰을 켜서 보는 대신, 흘깃 보는 눈짓 한번으로 알림이나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실시간 번역 자막 기능을 통해 일상 속 요소인 ‘소셜, 실용성’을 필두로 스마트 글래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검색엔진 운영사로 널리 알려진 구글은 운영체제(OS)와 인공지능(AI) 생태계로 초점을 전환해 다양한 기기 간의 운영체제 기반 통합성과 연결성을 강조하며, 과거의 실수를 기반으로 일상적 디자인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플은 다소 동떨어져 있지만, 일상의 도우미보다는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확장 컴퓨터 개념의 기기를 개발해냈다.
빅테크 간의 경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결국 '얼굴 위에서 얼마나 오래 사용될 수 있는가?'라는 핵심 질문의 답을 찾는 각자의 방향성이 아닐까? 어떤 기업이 우리 눈 앞에 컴퓨터를 심어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작성자: ITS 28기 김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