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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일상 사이 빈칸을 채우며: 헬스케어 IoT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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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어떠셨어요?” 진료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환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괜찮았던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하지만 실제 몸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밤마다 뒤척이며 잠을 설쳤고, 약을 깜빡 잊은 날도 있었고, 계단 몇 층만 올라도 숨이 찼다.

환자의 몸은 병원보다 집에서 더 많이 드러난다. 일상 속 작은 신호들이야말로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서인데, 의료 체계는 여전히 그 장면들을 놓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의료는 병원 안과 밖, 이 두 세계를 여전히 잇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반쪽짜리 진료를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IoT가 주목받고 있다. 집에서, 직장에서, 길 위에서 흘러간 작은 데이터들을 병원 안으로 불러들이는 기술. 그냥 웨어러블 기기 몇 개가 아니라, 환자의 삶을 고스란히 의료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다리 역할이다.

덕분에 의사는 “지난주에는 어떠셨어요?” 대신 “지난주 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밖에 안 되셨네요”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헬스케어 IoT의 시작점이다.


모바일 헬스? 헬스케어 IoT? 대체 뭐가 다른데?

헬스케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바일 헬스, 웨어러블, 헬스케어 IoT라는 단어가 뒤섞여 쓰이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세 가지를 사실상 같은 개념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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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헬스케어 IoT 표준화 동향(정보 일부 추가 후 각색)]


모바일 헬스(mHealth)는 스마트폰과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둔다. 건강 앱을 통해 전자건강기록(EHR)을 확인하거나, 원격으로 의사와 상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웨어러블은 몸에 붙어 있는 센서를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나 패치 센서처럼 신체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걸음 수, 심박수, 수면 패턴 같은 일상 정보를 기록하고 전송한다.

반면 헬스케어 IoT는 이 두 가지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단순히 ‘사람과 사람’이나 ‘사람과 기기’를 잇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기기, 기기와 기기, 나아가 생활환경 전체를 연결한다. 예를 들어, 집 안의 혈압계가 기록한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올라가고, 그것이 바로 병원 전자의무기록과 연동되는 구조다. 여기서 의료 서비스는 치료·예방을 넘어 복지와 안전까지 확장된다.


헬스케어 IoT의 핵심 기술 3가지

그렇다면, 환자의 일상을 어떻게 의료의 언어로 바꿀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IoT가 가진 기술적 원리에 숨어 있다.


1. 센서: 몸의 언어를 읽어내는 번역기 �

헬스케어 IoT의 첫걸음은 센서다. 심박, 혈당, 산소포화도, 수면 패턴, 걸음 수 같은 데이터는 모두 센서에서 시작된다. 웨어러블 기기나 매트리스, 체중계, 혈압계 속에 숨어 있는 센서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몸의 언어를 숫자로 번역한다.

예를 들어, 광학 센서가 손목 혈류를 읽어 심박 변화를 측정하고, 압력 센서가 매트리스에서 뒤척임을 기록한다. 환자는 그저 평소처럼 생활할 뿐인데, 센서는 쉼 없이 몸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쌓아간다.


2. 전송: 병원 안과 밖을 잇는 다리 �

센서로 수집된 데이터는 단말기 속에 갇혀서는 의미가 없다. 블루투스, Wi-Fi, LoRa 같은 무선 통신 기술이 그 데이터를 모아 클라우드와 병원 시스템으로 전송한다.

이때 단순히 숫자를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시간성과 안정성을 잘 갖추어 전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순간, 혹은 심전도에서 이상 리듬이 감지된 순간, 데이터가 1분 늦게 도착하면 이미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IoT 전송 기술은 지연을 최소화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3. 표준화: 파편화된 언어를 하나로 묶는 문법 �

센서가 데이터를 모으고 전송 기술이 길을 열어도, 각 기기들이 제각각의 언어를 쓰면 의료 현장에서는 활용할 수 없다. 어떤 혈압계는 “BP”라고 기록하고, 다른 기기는 “BloodPressure”라고 쓴다면 병원 시스템은 이 둘을 같은 데이터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 지점을 해결하는 게 바로 표준화다.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 ITU-T 같은 국제기구들이 기기 간 데이터 형식, 전송 규격, 보안 규칙을 맞추는 작업을 해온 이유다. 또한 OCF는 단일 표준만 고집하지 않고, BLE·Z-Wave·oneM2M 같은 기존 생태계와 이어주는 ‘브리지 표준(OCF Bridging Specification)’도 개발하고 있다 . 예컨대 환자가 BLE 기반 웨어러블을 사용하더라도, 병원 시스템은 OCF를 통해 같은 의미의 데이터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표준화 덕분에 삼성의 혈압계와 애플의 스마트워치, 또 다른 스타트업의 체중계가 모두 같은 의료 시스템 안에서 호환될 수 있다. 결국 표준화는 헬스케어 IoT의 가치를 ‘연결’에서 ‘활용’으로 끌어올리는 열쇠라 할 수 있다.


CES 2025에서 본 헬스케어 IoT

이제 실제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모두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인CES 2025 현장에서 직접 공개된 것들이다. 혈당을 측정하는 작은 센서부터, 게임을 통해 치료 효과를 내는 디지털 치료제, 그리고 평범한 가구 속에 숨어든 헬스케어 IoT까지. 모두가 보여준 공통점은 단순하다. 환자의 삶 속에서 흘러가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그것을 의료의 언어로 바꿔내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1. 연속혈당측정기 : Abbott ‘링고(Lingo)’, Dexcom ‘스텔로(Stelo)’ �

image (2).png (이미지출처 : 디지털투데이)

연속혈당측정기(CGM)는 한때 당뇨 환자 전용이었지만, ‘웰니스’ ‘혈당’ 트렌드에 발맞춰 이제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애보트사의 링고(Lingo), 덱스컴사의 스텔로(Stelo)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OTC 제품으로, 피부 아래 작은 센서가 24시간 혈당을 모니터링한다. 측정된 데이터는 블루투스(BLE)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되고, 다시 클라우드에서 AI가 분석해 “어제 점심 이후 혈당이 평소보다 30% 더 올랐습니다” 같은 메시지로 변환된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하여 단순 혈당 수치 제공에 그치지 않고 생활 패턴과 연결하여 상호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형태로, 병원 안에서만 보던 혈당 수치가 이제는 집밥, 운동, 수면 같은 생활 패턴과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링고나 스텔라같은 연속혈당측정기(CGM)들은 이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2. 디지털 치료제 : 한양대 플레이랩 ‘TD Square’ �

image (3).png (이미지출처 : 메디게이트)

한양대학교 플레이랩(PlayLab)의 VR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제 ‘TD Square’는 환자가 VR 속에서 ‘이명 분자’를 없애는 게임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환자의 상호작용 데이터는 IoT를 통해 서버로 전송되고, 치료 효과 분석에 반영되어 다음 세션 또한 자동적으로 조정된다. 즉, IoT 연결을 통해 환자의 행동 데이터 → 서버 분석 → 맞춤 치료 설계라는 순환 구조를 완성시키고 있다.

이명 환자 같은 경우, 기존 치료는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약물 부작용이 컸는데, TD Square 같은 디지털 치료제는 환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안전하게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3. 스마트 가구: 헬스케어 IoT를 품은 일상의 변신 �

우리가 매일 기대는 의자, 눕는 침대, 올라서는 체중계. 늘 보던 가구들이 이제는 단순한 생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헬스케어 IoT 기기로 변신하고 있다.


- 바디프렌드 안마의자 : 내장된 ECG(심전도) 센서가 사용자의 심장 리듬을 기록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해 의료 데이터로 전송하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image (5).png (이미지출처 : OnMed)

- OnMed CareStation : ‘클리닉 인 어 박스’라는 이름처럼, 작은 부스 속에서 화상 진료와 활력징후 측정을 동시에 구현하며, 집이나 오피스 자체를 ‘의료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 스마트 침대, 체중계 : 수면 패턴과 체중 변화를 IoT로 수집해 병원 기록과 연결한다.


이처럼 [가구 내장 센서 → IoT 연결 → 클라우드 분석 → 병원 EMR 연동] 이라는 흐름을 새로 그리며, 의료가 환자의 집과 일상으로 들어오는 미래를 현실화하고 있다.


기술로 연결된 완전한 의료를 꿈꾸며

병원과 일상 사이에는 늘 빈칸이 있었다. 의사의 질문과 환자의 대답 사이, 차트의 숫자와 삶의 체감 사이, 그 사이사이에서 우리는 중요한 신호들을 잃어버리곤 했다.

헬스케어 IoT는 바로 그 빈칸을 메우는 기술이다. 집에서 흘러간 잠 못 이룬 밤, 깜빡 잊은 약 한 알, 계단 오르다 느낀 가쁜 호흡이 이제는 병원 기록 속으로 들어온다. 일상의 장면들이 데이터로 번역되고, 다시 의료의 언어로 읽히며, 비로소 온전한 진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병원과 일상 사이의 빈칸을 채우며, 헬스케어 IoT가 우리의 의료체계를 ‘완전’하게 이끌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미래에셋증권 : CES 2025[헬스케어 편] AI 생태계 확장으로 더 가까워진 의료서비스 (박선영 외, 2025)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 헬스케어 IoT 표준화 동향 (차홍기 외, 2017)

홍수형, 주병권. (2020). IOT기반의 스마트 헬스케어 적용 및 사례분석. 한국통신학회지(정보와통신), 37(4), 31-38.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IoT in Healthcare sector (이연희, 2017)


작성자: ITS 28기 황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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