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재봉틀이 그랬다. 개구쟁이 두 아들을 키우다 보면, 얼마나 바느질해야 할 일들이 많은지... 놀다 보면 옷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구멍 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반짇고리에서 실과 바늘을 꺼내 서투른 직선 스티치로 꿰매어 주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수선을 맡기곤 했다.
이렇듯 정작 쓰임이 많이 필요했던 시기에는 눈길 한 번, 배워 보려는 마음 한 번이 안 생기더니... 그러한 쓰임의 시기가 거의 필요 없어진 어느 날!
재봉틀은 운명처럼 훅나에게다가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지독한 기계치다. 도저히 사용 설명서라는 것을 인내심을 가지고 읽고싶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잘 이해가 가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집안의 온갖 사용 매뉴얼들은 남편이 보관하고, 숙지했으며, 사용에 문제가 생기면 나는 남편을 찾거나 무턱대고 A/S를 신청했다.
그러니 복잡해 보이는 재봉틀을 배운다는 것은 엄두가 안나는 일이기도 했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 겁이 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일을 배워야 한다는 거부반응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구에서 운용하는 프로그램 중 재봉틀 관련 교육이 있었다. 이미 해보신 지인분의 권유도 있었고, 20여 년 넘게 옷장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엄마가 주신 재봉틀 때문에라도, 할까 말까 몇 번의 고민 끝에 접수를 했다. 그러나 교육을 받기 시작한 첫날부터 어질어질했다.
가장 기초인 실 끼우기부터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도저히 순서를 외울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렇게 복잡한 것들을 어머니들은 어떻게 배우신 건지... 눈썰미깨나 있다고 자부하는 나였건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둘째 날은 깔끔하게 그만 두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걸 배울 운명이었을까? 처음 간 그곳에서 같은 동네의 일행을 만나게 되었다. 초면이었지만, K는 아가씨적 재봉틀을 배워 잘 다룰 뿐만 아니라, 손끝이 야무졌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의 설명과 시범을 보고도 잘 안되어서, 진땀을 흘리며, 버벅대며 포기 직전이었다. 그런 나에게 K는 차분하고, 조용하게 다가와 몇 번이고 실 끼우는 법을 반복해서 가르쳐 주었다.
"이건 기능이라, 조금만 연습하시면 곧 하시게 될 거예요"
천사 같은 K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3개월 기초 과정을 마쳤다.
실력들이 다 케바케였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는 정말 제일 못하는 축에 들었다. 겨우 앞 뒤로 직선 박기만 하는 정도.... 재봉틀들은 내가 손만 대면 여기저기 삑사리가 났다. 기계들이 기계치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렇게 재봉틀을 배우고, 한 땀 한 땀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다. 그때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준 K와 J가 고맙고 또 고맙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분명 초장에 그만두었을 것이고, 이 재미난 인생 꿀취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할 줄 아는 게, 고작 앞 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 밖이어도 행주정도는 뚝딱 만들 수 있다. 사각으로 박아서 펠트지로 꽃송이를 만들고 수실로 스티치를 놓는다. 알록달록 예쁘다!
꽃 한 송이가 무심한 행주 한 장을 환하게 만든다.
이건 만들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한동안 만들어서 지인들께 나눔 했다. 받으신 분들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니, 고작 직선박기만의 실력이라 하더라도 재봉틀과의 인연을 이어 갈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