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성장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by 이팝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때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를 빼놓으면 안 된다.


11월~2월까지는 월~토 09:00~18:00, 일 10:30~18:00로, 관람 추천 시간은 오전 이른 시간이나, 오후 해 질 무렵이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감상하기에 좋다고 한다. 우리는 오후 16:15분으로 예약하고, 타워 입장권을 끊을까도 고민했지만, 통로가 좁기도 하고, 고소공포증 있는 나로서는 그냥 패스했다.


홈페이지로 들어가 날짜와 시간을 정하면, 입력한 이메일로 바우처를 보내준다. 그러면 휴대폰에 다운로드해서 가져가거나, 인쇄해서 가지고 가면 된다. 스페인은 통신 속도가 한국보다 좀 느려서, 현장에서 스텝에게 내밀면 한참 로딩해야 하니, 줄 서 있으면서 미리 바우처를 열어두는 것도 꿀팁이다.





처음, 택시에서 내려 이 거대한 조각 건축물을 본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실제로, 직접 가서 보기 전까지 나는 가우디가 좀 기괴한 건축물을 만드는 천재 괴짜 건축가 같았다. 그런데, 가기 전 사전 공부를 좀 하고 보니, 가우디의 건축 철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동안의 오해가 미안했다.


1882년에 착공, 현재까지 143년째 건축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가우디 생애 마지막까지 43년을 이 성당 건축에 바쳤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사후에도 원형 설계와 모형을 바탕으로 현재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그라다는 "성스러운", 파밀리아는 "가족"'을 뜻한다. "성 가정(마리아, 요셉, 예수) 성당"이라고도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의 파사드' - 수비라치


도착하자마자, 마주하게 된 '수난의 파사드', 하지만 이곳은 정문이 아니다. 진정한 정문은 아직 건축 중인 미래의 '영광의 파사드'이지만, 현재로선 가우디가 완성한 '탄생의 파사드'이다.


'수난의 파사드'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섰다면, 오른쪽으로 건물의 반 바퀴를 돌아가면 '탄생의 파사드'가 나온다.


'탄생의 파사드'로 가는 중에, 약 100m는 더 되어 보이는 높은 크레인이, 아직 공사 중임을 알려 주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동쪽 '탄생의 파사드' - 가우디


드디어,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가우디의 '탄생의 파사드'에 도착했다.

계단아래에서 줄 서서 보안 검색 후 입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도 보안 검색을 하지만, 스페인은 가는 관광지마다 보안검색이 삼엄하다. 이곳도 정문인 '탄생의 파사드'앞에서 보안검색 후에 입장 가능하다는 점 겉옷, 외투도 벗어야 한다.


하늘을 향해 뻗은 첨탑들과 흘러내리는 듯한 곡선, 빛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는 '파사드'(건물의 정면 또는 앞면을 말함)는, 이 건축물이 아직 '미완성'이라는 말이 실감 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저 높은 첨탑 봉우리들은 몬세라트 바위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1882년 건축 초기에는 평범한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계획되었지만, 2대 건축가로 안토니 가우디가 참여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탄생의 파사드'에 가우디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독창적인 구조와 상징성을 성당에 담아냄과 동시에, 자신의 예술과 신앙의 인생을 바쳤다.


가우디의 건축 철학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곳곳에서 나타난다. 직선보다 곡선을, 인공적인 장식보다 자연의 질서를 따랐다.


외벽에 새겨진 성경 이야기


그는 말년까지 성당 건축에만 몰두하며, 현장 인근에서 생활할 정도로 이 건축물에 헌신했다.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으로, 돌기둥을 나무처럼 설계했다. 가우디는 또한 건축 재료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만큼, 채광의 깊이에 따라 건물로 투영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채는 신비로웠다.


숲처럼 설계된 신비롭고 경이로운 내부


그는 빛과 구조, 종교적 상징을 하나로 엮었다. 저녁해가 질 즈음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이 곧 화가'라는 가우디의 건축 철학이 느껴질 만큼 고요히 아름답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태껏 내가 본 중에 최고의 스테인드글라스였다. 면 분할도 훌륭하고 편안했지만, 해 질 무렵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은, 성스러움과 경이로운 신비함 그 자체였다.


성스러운 빛의 순간들


그리고, 이곳에 A.KIM.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로, 박해 속에서도 복음 전파와 신앙의 자유를 위해 헌신하다, 1846년 순교한 한국 천주교의 상징적 인물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이니셜도 새겨져 있다. 그래서였을까, 여기저기 한국인들의 순례행렬이 많이 보였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이니셜


예술과 신앙에 몰입했던 가우디는 첫 번째 종탑의 완성 후, 1926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남루한 옷차림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가난하고 문맹인 사람들도, 성서를 알 수 있도록 문자가, 아닌 조각으로 하나하나 그림 그리듯 건축하도록 설계했다. 가우디의 뜨겁고, 깊은 건축철학이 담겨 있다. 그랬기에, 가우디의 삶이 결코 불행하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우디 사후에도 성당 건축은 계속되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카탈루냐 출신의 조각가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Josep Maria Subirachs)가 서쪽 '수난 파사드'를 맡았다. 현대적이고 모던하고 각진 부분이 가우디와는 다른 듯하지만, 수비라치의 스타일로 가우디의 건축철학과 정신을 계승했다.


건물 외벽의 성경 이야기(왼쪽 조각속, 마방진은 예수가 수난을 겪은 나이 33을 의미) - 수비라치


어떻게 보면, 서로 반대쪽 파사드의 느낌이 상반되는 것 같지만, 예수의 고통과 인간의 고통을 한 주제로 표현했다는데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바르셀로나에서 이곳을 마주한다는 것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역사적인 공간'을 직접 체험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은 '민간 자금 의존 원칙'으로 여러 번, 재정난으로 건축이 중지되기도 했지만, 신자들의 헌금이나, 시민, 익명의 기부자를 통해서 건축을 이어가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는 관광수입도 충당되어, 공사가 한층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2026년에는 주요 탑과 구조가 완공되고, 2030년대 초에 디테일한 장식과 부속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한다. 150년에 걸친 예술적, 구조적 완성의 건축 여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다.


오늘도 성장하는 사르라다 파밀리아


가우디의 신념과 시대를 초월한 예술의 기록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완공되고 나면, 어떤 모습일는지, 또 한 번 가보고 싶다.









높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고개를 들고, 몇 시간을 종종거리며 보다 보니, 목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던 노을도 지고 길가로 작은 가게들이 불을 총총 밝히고 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저녁을 먹기로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Mira restaurant'란 곳인데, 바르셀로나에 오면 해산물을 먹어야 된다고 해서 각각 좋아하는 해물 메뉴들을 주문했다.


역시,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재료들이 다 신선하고 풍미가 있다. 게다가, 술 못하는 세 사람이 함께 한 상그리아는 하루의 피로를 깨끗이 풀어주는 회복제 같았다. 묵직한 접시들도 음식의 온기를 유지하는 데 한몫하는 거 같다. 예쁘다.


떠나오니 좋다. 여행을 떠나기 전엔, 이번 여행을 통해 무언가 나의 일신상의 큰 변화를 도모했으나, 걷고, 먹고, 자는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는 동안, 나를 속박하는 그 무엇도 없음을 문득문득 되뇐다. 좋은 것도 같고, 왠지 불안한 것도 같고... 일상을 비껴가는 또 다른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너무 맛있게 먹어서인지... 아~ 혼곤한 잠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Mira restaurant' 의 맛있는 메뉴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