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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퍕 Jun 08. 2024

왕초보가 만든 파자마

슬기로운 재봉 생활

직선 박기 정도를 배우고 나서 만든 수제 파자마!

피치면(면을 긁어서 기모처럼 면이 보들보들하게 만든 것)으로 만든 파자마다. 앞쪽에 셔링을 넣어서 편안하게.. 만들어 놓고 보면 역시 기. 승. 전 꽃무늬가 예쁘다. 

사실 사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바느질은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온 우주를 통틀어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이다. 




첫 번째 만든 것은 내가 입었는데, 삐뚤빼뚤 고르지 못한 구불구불한 박음질선조차도 마치 옷과 찰떡궁합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못생긴 바느질과는 달리 어찌나 편한지, 일단 집에 들어오면 이 파자마를 입고 온갖 집안일을 다했다. 이른바 어르신들의 몸빼바지마냥....


두 번째, 세 번째 만든 것은 내가 아파서 수술을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술일정을 받아놓고, 뭔가 마음을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를 위해 만들었다. 그리고, 가까이서 왔다 갔다 수고하는 동생것도 하나 더 만들어서 엄마에게 선물했다. 

동생에게서 뒤늦게 내가 아파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 엄마는, 못생긴 그 파자마를 껴안고 대성통곡 하셨다했다. 그 후로  잘 회복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네 번째 만든 것은 세벌을 만들어 본 토대로 노하우가 좀 쌓여,  예쁜 무늬의 좋은 원단을 골라 정성껏 잘 만들어서 친한 언니에게 선물했다. 지금도 잘 입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처음 배울 때, 선생님께서는 한 열 번쯤 만들어봐야 익숙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직 6벌 남았다. 

자꾸 만들면 만들수록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다. 


다섯 번째 차례는 다시 내 것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집에서 매일 생활복처럼 입다시피 하다 보니 나달 나달 해져가는 나의 첫 작품과 이별할 때가 왔다.


무념무상 바느질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삐뚤빼뚤한 박음질도 정겨운 나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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