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by 이팝

어느 쌀쌀한 봄날, 산책길에서 나는 두 송이의 봄을 만났다.

하나는 목련, 하늘을 향해 우아하게 피어난 꽃이고, 다른 하나는 제비꽃, 으스러진 겨울 낙엽 위를 뚫고 조용히 피어난 꽃이다. 서로 다른 자리에, 각각의 모습으로 피어났지만, 그 둘은 이상하게도 ‘봄’이라는 계절 안에서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목련은 단아하고 위엄이 있다.

우아하게 잘 차려입은 중세의 귀부인처럼, 하늘을 향해 뻗은 나뭇가지 끝에 고고히 앉아 있다.

엄동설한을 가지 끝으로 온전히 견디며, 겨우내 뭉툭한 나뭇가지 끝에다 꽃눈을 틔우고, 마침내 잎보다 먼저 하얗고 묵직한 꽃을 피워냈다. 그 하얀 꽃잎은 혹독한 겨울을 온몸으로 이겨냈음에도, 침묵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듯 고요하다. 목련의 자연스러운 기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단아함과 차분한 용기를 준다.


반면, 제비꽃은 수줍고도 겸손하다.

메마르고 척박한 겨울 삭막한 땅을 뚫고, 수줍게 얼굴을 내밀며 봄의 존재를 알린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아도, 제비꽃은 묵묵히 피고 또 진다. 자잘한 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여러 개의 보랏빛 꽃대는 작지만, 화려하기보다 은근한 매력을 품고 있다. 그 겸손한 아름다움 속에는 강인한 생명력도 함께 깃들어 있다. 작고 소박한 외형 탓에 종종 사람들의 시선에서 잊히고, 때로는 잡초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봄마다 다시 피어난다.


목련과 제비꽃!

하나는 하늘을 향해 고귀하게 피어나고, 다른 하나는 땅 위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목련은 찬란하고, 제비꽃은 소박하다. 하지만, 둘 다 봄의 전령사임을 알리는 존재감은 부족함이 없다.


두 꽃을 바라보며,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드러내는 목련의 삶이 부럽다가도, 소박한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사는 제비꽃의 삶도 괜찮다고 토닥여 본다. 목련은 그 높은 지위에 세상의 부는 바람에 맞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온전히 감내해야 하지만, 제비꽃은 그 작은 체구로도 온전히 소박한 봄을 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목련이 하늘을 닮았다면, 제비꽃은 땅을 닮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둘 사이 어딘가쯤에서 살아간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봄이 되기 위해 오늘도 조금씩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목련이어도 괜찮고, 제비꽃도 좋을 것이다.


봄은 너무 짧고, 꽃은 너무 빨리 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피어난 꽃들이 우리에게 남긴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봄의 흔적들을 기억하며, 다음 봄을 또 기다릴 것이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가 봄으로 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니까


창 밖의 봄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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