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알람소리에 눈은 감은 채로 몸을 일으킨다. 10분만 더 잤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오늘도 하루가 시작된다. 시계의 분침이 6시를 가르키며, 서서히 분주해진다. 오트밀을 끓여 간단한 아침을 먹고, 남편을 전철역까지 차로 데려다준다. 돌아오는 길, 벌써부터 머릿속은 해야 할 일들로 생각이 많아진다. 평소 느린 손은 번개같이 설거지를 해치우고, 아들이 입고 나갈 옷에 스팀다리미도 몇 번 밀어준다. 빠른 속도로 머리 감고 나갈 채비를 대충 마친다. 시계를 보니 8시. 이제 나도 집을 나설 시간이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기술원으로 영상 편집 강의를 들으러 간다. 지리적 거리로 보자면 멀지 않지만, 교통편이 불편하다. 전철보다는 환승해야 하는 버스가 그나마 낫다. 아침의 2~3분은 버스 한 대를 통째로 놓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그다음 시간은 더 많이 벌어지고, 아침에 세웠던 계획들이 조금씩 틀어진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나는 달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뼈마디가 내게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뛰지 마라! 너의 분수를 생각해라!' 반백이 넘은 무릎이 투덜거리듯 뿌걱거린다. 하지만, 멀리서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는 게 보인다. 놓치면 10분은 족히 넘게 기다려야 하니, 오늘도 뛰지 않을 수 없다.
횡단보도 초록불이 15초 남았다. 안심이 되려는 찰나, 옆에 함께 달리던 젊은 아가씨가 속도를 더 낸다.
'아! 뭐지? 멈춰야 할 타이밍인데...' 그 순간, 묘한 경쟁심이 꿈틀거린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나도 전력질주하기 시작한다. 숨은 가쁘고, 다리는 무겁고, 심장은 쿵쾅거린다. 그리고… 결국, 횡단보도 끝에서 그녀를 한 발 앞서며 따라잡았다.
묘한 쾌감의 작은 승리!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이 소소한 경쟁에서 나는 정신 승리를 하고 기분이 좋다.
출렁이는 뱃살의 지방도 왠지 조금은 사라졌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나비처럼 벚꽃잎이 하늘하늘 나리는 봄날 아침,
소소하지만, 보람 있는 봄날의 질주였다.
이제 열심히 열공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