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앞에서, 나의 조바심을 반성했다.

by 이팝

15년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왔을 때 집 앞에 어린 산딸나무가 있었다.

그 주가지의 굵기가 손가락 굵기 정도였다.

해가 가고... 또 가도 그 여린 가지는 도대체 굵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면 다른 집 산딸나무들은 꽃도 많이 피우고,

열매도 탐스럽게 맺는데,

우리 집 산딸나무는 몇 해동안 작은 잎들만 겨우 겨우 내어 줄 뿐이었다.


베란다창을 여닫을 때마다

꽃도 못 피우는 바보라고 생각했다.

열매도 못 맺는 바보라고 힐난했다.

그 열매로 뭘 딱히 할 것도 아니었으면서...


그렇게 6~7년이 지났을까....

구박덩이 작은 산딸나무는, 겨우 하얀 작은 꽃송이 세 송이를 피워 냈다.


그다음 해,

몇 송이를 더한 많치 않은 꽃송이...

작고 여린 몇 개의 열매...


.....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뒤,

잎이 무성해지고, 새들이 찾아와 둥지를 짓고 깃들어 살기 시작했다.

하얀 꽃이 눈부시게 잎들 사이로 수놓아졌고, 꽃 진 자리에 빨간색 열매도 탐스럽게 열렸다.

나날이 위로 자라고, 옆으로 굵어지는 둥치를 바라 보며...

그 나무 앞에서 나의 조바심이 부끄러웠다.


누가 뭐라든 묵묵히 조금씩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었던 그 나무의 말없는 성실함에...


하늘을 향해 자란 가지들이, 땅 넓게 그늘 드리울 때까지

그냥 그저 묵묵히 기다려 주면 되는 것을...


산딸나무야! 미안해!

모든 것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데 말이지.


기다림이 필요한 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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