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노의 성장 기록
막내가 대학에 입학하고 적응해 가던 어느 날!
갑자기 할일이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이전의 바쁨과는 다른 한산한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잠깐의 피곤함에 소파에 누웠다. 그 날 따라 텅빈 집의 고요가 나의 의식을 더욱 더 명료하게 만들었다.
'뭐하지?'
지나간 시간들이 눈 앞을 빠른 속도로 스쳤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육아를 위해 주부로 산지 20여년이 넘었다. 시어머니 모시랴, 바쁜 남편 챙기랴, 연년생 두 아들 키우랴, 잠시도 나 스스로에게 곁을 주지 않고 살았다. 그렇게 늘 바쁘게 종종 거리며, 돌아서면 일, 또 돌아서면 일 하며 살았는데, 막상 오늘부터 내가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일이란 오가는 식구들의 식탁이나 챙기고, 매일 입을 옷을 챙기는 등의 소소한 일상을 되풀이하며 천천히 무료하게 나이들어 가는 일 뿐이었다.
갑자기 서러움과 안쓰러움이 밀려 왔다. 고작 이렇게 살려고, 그렇게 힘들게 열심히 살았나...이제 나는 이대로 늙어가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단 말인가! 나 어렸을 때 멋지게 살고 싶었는데...
그때 20대의 젊은 내가 말을 걸어 왔다.
'지금까지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 많았어! 그리고, 잘 참고, 잘 해왔어! 이제부터는 네 시대야! 네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시작해 봐!'
그 순간,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래! 지금부터 나를 키워 보자!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나 자신을 하나 하나 꺼내어 쓸고, 닦아, 빛을 내어 보자! 꼭 무엇이 안 되면 어때! 그 과정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을 거야'
'자! 나의 인생 2막은 지금부터 시작이야~'